KDC -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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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식 저 | 연암서가
지금, 우리의 삶은 대부분 서구적 기준으로 가꾸어져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의 뿌리는 17세기 바로크, 즉 서구적 고전성에 접붙여진 동양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서구의 절대적 고전성으로 완성된 르네상스의 과학혁명, 특히 항해술의 발전은 중국의 철학을 흡수했으며, 이러한 변화와 극심한 새로움은 중세를 벗어난 시대의 우울, 인식의 모순, 우주의 중심에서 밀려난 짙은 고독과 시대의 불안을 드러내는 바로크의 증상을 불러왔다. 바로크 예술의 역동성, 심연함, 그러면서도 혼란함, 모호함의 형질들은 그러한 고뇌로부터 싹튼 문화적 현상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그처럼 뒤틀리고 이격된 틈 속에서 싹튼 바로크는 오늘까지로 이어지는 문화적 다양성을 꽃피워 냈으며, 세계를 구성하는 인식의 기준으로 승화되었다. 바로크는 시대의 우울과 조바심을 감추려는 외관의 허세, 즉 금빛 찬란한 화려함과 과장된 형상으로 개괄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시대의 고뇌를 담고 있는 짙은 어둠 또한 존재한다. 바로크 회화의 검은 배경, 즉 테네브리즘 기법이 그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그런 어둠의 미학은 내 앞에 세워져 있는 거울처럼 세상과 나의 모습을 동시에 비추어 준다. ‘나의 모든 존재’를 느끼게 하며, ‘나 이상의 것’을 발견시키며, ‘지금 여기의 나’를 돌보도록 안내해 준다. 우리가 지금, 바로크를 곰곰이 살펴보아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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