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pia 분류 - 문학 - 문학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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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윤 저 | 소명출판
이 책은 문학을 성립시키는 근원이자 문학성의 핵심인 ‘문학 언어’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대중서 아닌 학술서로 분류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와는 다르게 ‘문학 언어’의 분석을 문학 내부의 시선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 언어’의 문제와 연결 짓는 새로운 관점을 취한다는 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의 관심사도 충족시키고 있다. 그동안 문학적인 연구 영역에서 어학적인 과제라 여기며 간과해 왔고, 또한 어학적인 연구 영역에서는 이데올로기와 가치관의 문제가 개입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간과해 왔던 ‘어문운동’의 문제가 이 책에서는 문학 언어와 사회 언어의 상관성을 논하는 중요한 매개로 활용된다. ‘조선어로 글을 쓴다는 것’이라는 부제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한문을 중요한 표기 수단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에는 제대로 받아 적힐 수 없었고, 국어의 자리를 일본어에 넘겨주었던 일제강점기에는 떳떳이 그 지위를 주장할 수 없었던 ‘조선어’의 궁색한 역사를 이야기한다. 이와 함께, 조선어를 한글로 적는 글쓰기 방식이 보편화됐던 1920년대 후반~1930년대의 역사적인 사건들이 문학적인 글쓰기와 어떻게 만나는지를 보여준다.다섯 장으로 나뉜 이 책에서 본격적인 본론에 해당하는 것은 2장과 3장과 4장이다. 「제2장 조선어문의 역사적 지형」은 일제 강점기였음에도 한국어와 한국어 문장의 정비를 위해 활발하게 진행된 어문운동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문법 정비, 표기법 제정, 사전 편찬 등과 관련된 조선어문의 제반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어갔는지, 그리고 어문운동의 대의에 공감을 표하면서 이에 동참하였던 문학인들의 상황은 어떠했는지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다.「제3장 국문체의 양상과 조선어 글쓰기」는 어문운동의 구체적인 양상과 국문체가 형성되어갔던 실제적인 방향, 그리고 어문운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이에 영향을 받은 문학자들의 한글 사용 의식을 추적해 나간다. 특히 ‘독본류(reader-type)’의 활발한 유통에 주목한다. 최남선의 '시문독본'과 이윤재의 '문예독본'은 당시 문인들의 중요한 습작 교본이었지만, 이를 다룬 연구는 드물었다. 중요한 두 가지의 자료를 동원하여 당시의 조선어 글쓰기가 어떠한 방식으로 형성되어 나갔는지를 예증하고 있다.「제4장 '문장강화'의 자장과 문학적 글쓰기」는 한국어와 한국어 문장에 관한 인식의 심화를 통해 1930년대 문단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문장론과 관련된 논의를 다룬다. 무엇보다 현대의 많은 한국 작가들이 문장 쓰기의 교범으로 삼았다고 고백했던 이태준의 '문장강화' 를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중심에 두고, 조선어의 어휘와 그것을 선택하는 감각, 조선어의 표준적인 체제와 그것으로부터의 일탈, 조선어 글쓰기라는 일반적인 장으로부터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문학적 글쓰기로의 확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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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경 저 | 소명출판
- 지은이의 '책머리에
' 중에서이 책은 19세기 이후 시가의 흐름을 계통별로 정리해 본 것이다. 이를 통해 이 시기 형성되고 축적되었던 시가의 전통과 관습이 근대 초기라는 이질적인 시간을 거치며 어떤 양상으로 지속되고, 변모되는지를 살피고자 하였다.조선 후기 시가를 일구었던 이들의 속내와 삶의 궤적은 때로는 '서민의식'으로 명명되기도 하였고, 이는 곧 중세를 넘어 근대를 지향하는 도도한 흐름으로 해석되기도 하였다. 조선 후기 시가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은 이렇듯 '근대'라는 대전제와 어떠한 방식으로든 얽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선학들의 연구에 크게 빚지고 있는 나 역시 이러한 지적 풍토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 후기 시가에서 근대적 징후를 찾아내려는 열정이 때로는 자료를 넘어선 과잉해석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무수히 쌓인 자료와 그것이 놓여있던 자리, 그 자체에 집중하고 싶어졌다. 19세기 시가와 그 이후 진로에 대한 관심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총론에서는 고전시가와 근대성과 관련한 기존 논의들이 무엇을 밝히고, 무엇에 대해 침묵했는지를 밝혀보려 하였다. 선별된 자들의 경험과 주의ㆍ주장을 통해 근대성을 해명하려는 시도가 시가를 생활문화의 총체가 아닌 ‘정전’으로 고정시켰고, 결과적으로 시가의 영역을 협소하게 만들었다는 문제의식이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다.1부에서는 19세기 시정문화의 흐름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주체가 성장하고, 이들이 취향을 드러내고, 고수하는 방식을 살펴보았다. 19세기 시정문화와 시정문화의 중심을 이루는 시가는 도시문화의 형성, 대중문화의 전사(前史)라는 차원에서 주목받아 왔다. 이 책에서는 특히 19세기 시가의 역동성과 개방성을 해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잡가를 대상으로, 시가 장르간의 교섭 현상과 이것을 매개할 수 있는 민간 가창양식의 저변을 해명해 보고자 하였다.2부에서는 장편가사를 중심으로, 글쓰기 방식의 변화를 살펴보았다.장르적 복합성을 지닌 가사의 정체성 해명은 국문학계의 오랜 과제였다. 여기에서는 18세기 이후 활발하게 창작된 장편가사를 통해 주정적 가창물로써의 가사와 기록물, 독서물로써의 가사로 분화되는 양상을 주목하고, 장편가사의 장르적 잠재력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가사는 조선 후기를 거치면서, 개별 시가 장르라는 차원을 넘어 인간사와 세태, 경물(景物)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대표적 글쓰기 방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 와중에 뚜렷한 경향성을 이루며 나타난 가사의 하위범주는 낯선 공간에서의 체험을 그린 기행가사와 인간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드러내는 규방문화권의 가사, 교훈가사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가사 작품들은 경험의 편폭이 확장되고, 새로운 가치에 눈뜨면서 기존의 가치를 다시 성찰하는 전환기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3부에서는 요사이 새롭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 식민지 시기 시가에 대한 글을 모아 보았다. 식민지 시기는 전통 시가 장르가 후퇴하고, 신종의 외래 장르가 일방적으로 이입된 불연속성의 시대, 단절의 시대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과는 달리, 식민지 시대에도 전 시대부터 전승되어온 시가들은 대중들의 기억에 남아 동시대적으로 향유되었다. 물론 식민정책, 새로이 도입된 기술과 매체, 달라진 대중의 취향이 개입하면서 시가의 전통은 굴절되거나 왜곡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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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준 저 | 소명출판
이 책의 제목 ‘다른 목소리’는 “너무 높거나 낮은 주파수, 세상의 가청권 바깥에서 들려오는, 대개의 경우 무의미한 소음이나 불협화음처럼 희미하고 불쾌하게 들렸다가 이내 대기 속으로 흩어지고 마는 목소리들”처럼 세상의 바깥에서 발화되는 음성이라는 의미이다.이 책은 총3부로 구성되었는데, 총론격인 1부에는 이론적인 성격의 글들이 실렸다. 타자, 마이너리티, 디아스포라 문제를 민족문학이라는 근대적 시선으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이론적 노력에서부터 ‘근대문학의 종언’이라는 가라타니 고진의 주장에 대한 메타비평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년 동안 비평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논의들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흔적이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2부는 우리 시대의 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인론과 작품론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3부는 ‘미래파 논쟁’을 전후한 시기에 발표된 주제론으로 채워져 있다.1부에 실린 몇 편의 비평은 고봉준의 비평이 놓인 위치를 실감하게 한다. '연대는 어떻게 가능한가'는 한국문학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두 개의 아시아 담론을 비판적으로 조망하면서, 이주노동자의 등장이라는 상황의 변화가 타자와의 연대에 어떤 변화를 끼치고 있는가를 이론적으로 살핀 글이다. ‘창작과비평’과 ‘한국문학작가회의’로 대변되는 그 두 흐름 사이에서 저자는 타자의 문제를 ‘인권’의 확장으로 사유해서는 안 된다는 것, 나아가 연대는 언제나 양자의 정체성을 허물고 재구성하는 것이어야 함을 주장한다. '추방과 탈주'는 구성으로서의 연대라는 관점을 더욱 밀고나가 ‘타자’와 ‘윤리’라는 개념으로 동시대의 사상들을 사유하고 있으며, '2000년대 한국소설의 내면풍경과 상상력의 좌표'는 2000년대 문학의 지형 변화라는 시각에서 타자성이 문학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살폈다. 1부의 총론을 제하면 이 평론집의 대부분은 작품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라는 문학평론가의 임무에 충실한 현장비평들로 채워져 있다. 지난 몇 년간, 문단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작가와 작품, 때로는 요란한 파열음 대신 조용히 스쳐 지나간 작가와 작품이 이 한 권의 평론집 안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다. 사유를 빙자한 해석만이 난무하는 시대를 거슬러가려는 의지로 충만한 이 책은 동시에 우리 시대 문학의 지형도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길잡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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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우 저 | 소명출판
『낭만적 망명』은 지독하고 거침없는 책읽기를 유일한 즐거움이라고 말하는 논쟁적 비평가 권성우의 신작 비평집이다. 책의 제목 ‘낭만적 망명’은 E.H.카의 '낭만적 망명자(The Romantic Exiles)'에서 따온 것으로 저자에 따르면 현실의 모순에 눈뜨고 지배이데올로기의 ‘흐름에 거슬러’ 새로운 이상과 대안을 찾아나서는 여정이 낭만적 망명자들의 문제의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처없는 혼돈이 내재한 듯한 이 시대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낭만적 망명자들을 요청한다.이 비평집은 몇 가지 중요한 문제의식을 담보하고 있다. 첫 번째로 이 책은 시.소설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비평에서 탈피하여, 에세이, 사회비평, 기행문 등의 변두리 장르에 대한 구체적인 탐색으로 비평이 확장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낭만적 망명』에서 김현, 서경식, 박노자, 고종석 등의 기행문과 에세이, 사회비평이 다루어진 것은 바로 이러한 비평적 문제의식의 소산이다. 이들의 에세이는 이 시대 어떤 문학작품 못지않은 미학적 품격과 현실에 대한 통찰력, 진지한 자기 성찰의 풍경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와 연관하여 이제 우리시대의 비평은 전통적인 문학 범주 외부로 시선을 확장해야 한다는 시각이 책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다. 전통적인 맥락으로 보면 문인의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 서경식과 박노자의 글에 대한 분석이 수록된 것도 저자의 이러한 문제의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두 번째로 이 책은 “서평가나 문학사가와는 달리, 비평가는 걸작에만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비평의 일차적 역할은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을 구별하는 일이 아니라, 좋은 작품과 최고의 작품을 판별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던 조지 스타이너의 견해에 따라 이 시대의 가장 문제적인 작품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진정한 비평은 정신과 정신과의 만남이며 영혼과 영혼과의 만남이다. 실제로 특정의 이념이나 계보를 떠나 『낭만적 망명』에서 다루어진 임화, 에드워드 사이드, 가라타니 고진, 허만하, 최인훈, 김현, 도정일, 김원일, 최인호, 황석영, 이문열, 김원우, 김훈, 최윤, 서경식, 정찬, 고종석, 박노자, 김애란 등의 소설가, 비평가, 에세이스트들은 각기 다양한 세계관과 미학을 통해 당대의 가장 문제적이며 수준 높은 글쓰기를 진행해온 바 있다. 이들에 대한 비평을 통해, 우리 시대 문학의 가장 문제적이며 빛나는 작가와 작품, 첨예한 논쟁적 관심사에 대해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세 번째로 『낭만적 망명』에 수록된 비평문 중에서 책 뒤의 ‘해설’로 발표된 글들이 한 편도 없다는 점, 또한 이 책에 수록된 글들 중에 반 이상은 청탁에 의해서가 아니라 저자가 스스로 기획하여 쓴 글로 처음 발표되는 비평이라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이른바 문단권력과의 논쟁적 대화 이후에 발표 지면을 얻기 힘들었다고 잔잔하게 고백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점은 저자로 하여금 청탁과 해설 제도로부터 독립적인 비평가로 다시 서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런 의미에서 『낭만적 망명』은 문단제도에서 일정한 거리를 둔 독립적이며 주체적인 비평가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소중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네 번째로 저자는 작품을 치밀하게 분석하면서도, 그 작품에 대한 예리하면서도 애정 어린 비판을 동시에 시도하고 있다. 이 점은 지나치게 작품(텍스트)에 밀착된 이 시대 평단의 상황에서 보았을 때, 드물게 소중한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역설적인 의미에서 『낭만적 망명』에서 시도된 이 시대 작가와 문단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조언, 예리한 분석이야말로 이 시대 문학에 대한 진정한 애정과 존중이 배어 있는 것이다.비평가 최강민은 “권성우는 실제의 삶과 글이 일치하는 매우 드물게 매력적인, 동시대의 평론가이다. 권성우처럼 개인적인 서간문 형식에 평론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긴장감 있는 글쓰기를 자유롭게 전개할 수 있는 평론가는 흔치 않다. 이 외에도 감성과 이성이 조화된 유려한 문체, 섬세한 텍스트 읽기, 균형감 있는 비평적 안목, 시대의 환부를 읽는 날카로운 비판적 문제의식 등은 권성우 비평의 매력적 요소들이다”라고 권성우의 비평이 지닌 특징과 매력에 대해 서술한 바 있는데, 『낭만적 망명』은 바로 그러한 지적에 가장 적확하게 부합되는 비평집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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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저 | 소명출판
본 연구서는 식민지 시대 문화를 보다 중층적이고 복잡한 체계로 파악하면서 그 안에 놓인 작가의 선택 역시 주체적이고 실천적인 것임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기획되었다. 이를 위해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가 ‘예술의 규칙-문학 장의 기원과 구조’에서 제안했던 ‘문학의 장(場)’이라는 개념을 원용하여 연구 주제의 큰 틀을 삼았다. 부르디외의 이론은 문학작품이 생산되고 수용되는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사회, 문화의 공간을 상정함으로써, 문화와 문학 간 고려해야 할 다양한 지층과 관계들이 있음을 강조한다. 또 이런 상황 속에서 작가의 창조적 전략과 작품의 개별성이 발휘됨으로써 창조적 선택을 하는 주체로서 작가의 실천성을 부각시킨다. 주지하다시피 1910년대 이후 한국 근대시문학의 발전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관계 속에서 지속되어 왔다. 전통적 장르와 미의식의 존속, 서구 예술사조의 유입, 식민지화와 근대화, 제국문화의 권력과 민족문화의 추구, 현대 예술에 대한 인식 변화, 전문작가의 대거 등장, 대중문화와 매체의 발전 등 작가가 놓인 사회, 문화적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각각의 상황은 서로 얽혀 있는 그물망처럼 펼쳐져 있고 작가는 그 어느 한 지점 위에 위치해 있다. 이 연구서는 근대문학의 장(場)이라 불리는 이런 지점에서 고민했던 근대작가들의 주체적 실천에 주목하고 있다. 1부는 김억, 김기림, 김광균, 윤동주 연구를 통해 근대문학의 장을 의식하면서 작가가 창조한 독자적 미학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김억과 김광균에 관한 연구는 그간 외국문학이론과의 관련 속에서 결여태로 평가받아 온 작품이 오히려 당대 문학 장과의 역동적인 관련 속에서 모색된 작가의 실천적 선택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2부는 사회, 문화적 전환기에 대응하는 서정시의 변화를 임화의 단편서사시와 후기 시, 김기림의 전체시론, 해방문단의 청록파와 생명파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 단편서사시 양식이나 전체시론은 식민지 시대 역사와 현실에 대응하는 작가들의 창작방법론의 탐구를 보여주며, 청록파와 생명파의 작품은 당대 문단의 이데올로기와 작가적 선택의 향방을 제시해주고 있다.3부는 식민지 근대문화의 타자였던 여성 혹은 여성성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는 근대문학의 장에 작동하는 젠더 권력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근대화의 이면에 타자로 존재했던 여성, 근대문화 발전에서 격하되어 배제되어버린 여성성의 가치가 제국의 권력에 어떤 균열을 낼 수 있었는지 또는 식민지의 문화에 어떤 생산적인 힘이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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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효환 외 저 | 소명출판
김유정 소설에 나타난 부부의 생존 방식은 한국의 전통적 가부장제의 건재로 읽히기도 하고, 그것의 해체로 읽히기도 한다. 김유정 소설에 묘사되어 있는 토속성 짙고 궁핍한 강원도의 농촌은 우리 민족의 원초적 고향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황폐한 식민지 현실로 해석되기도 한다. 김유정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자주 사용되는 반전의 기법에 대해서는 이를 한국의 전통적인 설화 구성법의 원용으로 보기도 하고, 서구의 탐정소설 구성법의 원용으로 보기도 한다. 김유정 소설의 구연체(口演體) 언어에 대해서는 이를 설화 구연의 현장 상황 혹은 판소리 공연의 현장 상황의 재현으로 판단하기도 하고, 현실세계를 생생하게 반영하는 서양의 사실주의 기법의 도입으로 판단하기도 하고, 언어 자체의 미감을 즐기는 모더니즘의 기법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김유정 소설에서 어떤 이는 우리 민족 고유의 향토성을 읽어내고, 어떤 이는 인류적 보편성을 읽어낸다. 김유정 소설의 정서의 본질에 대해서는 그것을 한국적 해학으로 보는 이도 있고, 한국 특유의 비장미로 보는 이도 있다. 김유정의 총체적 평가에 대해서는 한국의 전통적인 해학정신을 잘 계승한 작가, 식민지 현실의 구조적 모순을 고발한 참여문학 작가, 이념을 상실한 모더니즘 작가 등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김유정 소설에 대해서 이처럼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내려지는 것은 그 구조가 그만큼 탄탄하기 때문이다. 구조가 탄탄한 작품은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사고의 깊이를 더해준다. 구조가 탄탄한 작품은 시대에 따라 계속 새롭게 해석되면서 시대를 넘나들며 읽힌다. 고전이 되는 것이다. 이 책에 실은 글들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즉 제1회부터 제5회까지의 '김유정문학제' 학술회의에서의 발표와 토론을 통해 완성과 숙성의 과정을 거친 글들이다. 이 책에 부록으로 실린 두 편의 창작 판소리 사설은 2008년의 '김유정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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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일 저 | 소명출판
개벽연구- '책머리에
' 중에서이 책은 지난 십 년간 『개벽』에 머물렀던 나의 자취이다. 박헌호 선생의 손에 이끌려 ‘상허학회’의 ‘『개벽』 읽기 모임’에 나간 것이 1999년 여름이었고, 『개벽』으로 학위논문을 적은 것이 2002년 봄, 이후 『개벽』과 관련된 글들을 산발적으로 적으며 4~5년을 보내고 이제 2008년의 여름을 맞이하고 있으니, 십 년을 『개벽』과 동반했다고 해도 잘못된 말은 아닐 터이다. 돌아보면 이 세월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나의 무지로 인해 벌어진 아찔한 순간도 있었고, ‘공부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에 침전되기도 했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수차례 의심받기도 또 그 이상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회의로 나의 ‘낚시 솜씨’는 더욱 빛나는 바가 있었고, 애초의 꿈이었던 ‘남에게 인용되는 글’도 몇 편 적었으며, 드디어 책도 내게 되었으니 그 행불행에 치우침은 없는 듯하다. 이 책은 1920년대 문학과 『개벽』의 위상이라는 학위논문을 근간으로 하여 전후에 발표한 수편의 『개벽』 관련 글들을 재배치한 것이다. 내가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학위논문을 적을 때와 달라진 바가 없으니, 『개벽』이라는 매체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매체란 이미 생산된 담론이나 문학을 담아내는 시험관 같은 존재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그것들을 생산하고 창조하기도 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실재였고, 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존재가 『개벽』이라는 것이다. 매체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발상은 당연히 책의 목차 편제에도 영향을 주었다. 검열의 문제를 통해 『개벽』과 식민체제의 역학관계를 살핀다(2장). 유통망과 독자층을 검토하여 『개벽』의 재생산 체계를 분석한다(3장). 또 『개벽』의 편집체계와 사상담론을 분석하여 그 미디어전략을 추론한다(4장). 나아가 『개벽』이 이끈 문학사적 변화를 탐색한다(5장)는 목표의 이면에는 궁극적으로 『개벽』의 총체성에 대한 갈증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이에 도달할 수 있는가였다.나는 책에서 이에 대해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는 『개벽』 연구 혹은 매체 연구를 위해 독법(讀法)을 바꾸자는 것이다. 즉 『개벽』을 ‘통째로’ 읽어냄으로써 학문 분야나 관심사에 따라 자료를 뽑아 보는 관행을 바꾸고, 자연스럽게 매체 연구 혹은 학제간 연구의 활성화를 위한 ‘본원적 축적’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개벽』에 대한 통독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기존의 개별 연구 혹은 부문별 연구를 종합하고, 이러한 종합 과정을 통해 거꾸로 개별 연구 혹은 부문별 연구가 새로운 차원에서 활성화될 수 있다. 둘째는 ‘실증’이다. “자료가 스스로 말하게 하라”는 『개벽』 연구(매체연구)의 훌륭한 모토다. 『개벽』의 전체상에 다가서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되었던 것은 ‘덩치와 분량’이 아니라 실증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과 ‘설’이었다. 그리고 이런 선입견들, 예를 들어 『개벽』이 “종교잡지”였다거나 “천도교(준)기관지”라는 주장들은 통독과 구체적 통계 제시를 통해 극복될 수 있었다.셋째는 시계열적 비교 분석이 수치와 통계를 비로소 ‘살아 있는 자료’로 만든다는 것이다. 『개벽』을 통독하면 1923년 중·후반을 경계로 담론상의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통계상 사회주의 관련 논설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다. 이때 통계와 담론적 분절의 선명성에 몰입한다면 해석의 방향은 쉽게 예견된다. 이른바 대중추수적 ‘수용론’, 즉 『개벽』의 ‘사회주의로의 경도’를 비슷한 시기 조선사회의 ‘사회주의 열풍’ 속에 녹여내는 것이다. 이는 정확히 『개벽』과 신경향파문학의 밀월을 외부의 기획, 즉 김기진·박영희 등의 문학 기획으로 설명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여기서 『개벽』은 그냥 ‘그릇’이나 ‘시험관’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개벽』의 논설(문학)을 시계열적으로 분석하게 되면 표면적 ‘분절’의 이면에 놓인 ‘연속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연속성’이야말로 『개벽』이 미디어적 전망을 역동적으로 구현했던 존재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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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 저 | 소명출판
- '책머리에
' 중에서이 책은 그동안 여러 관심의 경로를 따라 쓴 근대시의 유산에 관한 비평적 관심의 결과들이다. 크게 구분해보면 근대문학이 성취해온 모더니티에 관련된 글들과 이른바 ‘종교적 상상력’에 연루된 시적 성취에 대한 글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먼저 제1부에 배치된 글들은, 한국 근대시의 역사 가운데 근대성에 관한 관심을 펴 보인 시적 지향 혹은 시인들의 시세계에 대한 관심을 모은 결과이다.‘근대성(모더니티)’ 논의는, 그것이 텍스트 분석의 차원이었든 리얼리즘 미학이 일정하게 견지했던 전망에 대한 대체 담론의 차원이었든 한 시대의 메타적 정점에 위치해 있었다. 물론 이는 지난 시대의 지식인들이 가졌던 단순하고 명료한 도식에 대한 일정한 자기 반성을 내포하는 것이었고, 그 결과 단순성과 명료성보다는 복합성과 불투명성을 핵심으로 하는 해석과 평가의 장이 마련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감각에 기초하여 몇몇 시인과 비평가들을 대상으로 그 실물 감각과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근대 초기로부터 윤극영, 임화, 박팔양, 박용철, 김기림 등에 이르는 대상들을 살폈는데, 시인론이나 비평가론의 뼈대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 그들의 근대 인식과 실천적 형상 속에 깃들여 있는 근대적 속성을 탐색한 결과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근대문학사 속에 나타난 프로문학, 아동문학, 모더니즘 문학, 순수 문학의 여러 시적 자장이 경험될 수 있었으면 한다.제2부의 글들은 이런저런 종교적 경험이나 구상을 시세계로 옮긴 시인들에 관한 에세이를 모았다.종교적 상상력은 일상적이고 세속적인 자아를 뛰어넘는 어떤 초월적 존재에 대한 열망과 세속적 인간으로서의 현세적 욕망의 실현 의지와 두루 연결된다. 전자가 인간이 숙명적으로 갖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초월 의지와 관련된다면, 후자는 인간 사회에서의 윤리적 갱신 의지와 맞물린다. 영원성에 대한 추구, 신성의 지상적 복원에 대한 의지, 영성에 대한 내밀한 감각, 사랑의 구현, 모든 불가시적 세계에 대한 견자(見者)로서의 역할 등도 그 중요한 몫이다. 원래 시와 종교가 언어적 형식에서 매우 밀접한 구조적 상동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근대시의 형성 과정에서 종교적 상상력은 매우 중요한 테마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김소월, 정지용, 윤동주, 김현승, 김달진, 서정주, 박목월, 박두진 등의 시세계에서 그 흔적을 살폈다. 박팔양과 서정주를 다룬 글은 애초에 발표했던 것을 보완하여 수록함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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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저 | 소명출판
소설은 경계선에 걸쳐 있는 담론이다. 그것은 공식적 담론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말하기도 하고, 혹은 훨씬 덜 말하기도 한다. 일제 지배하에서 생산된 역사에 대한 여러 담론과 역사소설은 민족의식에 대한 직.간접의 표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저항 민족주의의 이념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것이 역사를 필요 이상으로 미화하거나 확대 축소하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또는 일제 식민통치하에서 오히려 역사가 현재화.사유화(私有化)됨에 따라 역사를 한갓 진기한 것, 이상한 흥밋거리, 삽화적인 것으로 다루기도 하였다. 그런 와중에도 역사는 여전히 민족적 교육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의식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추려는 시도 또한 지속적으로 나타난다.이렇듯 ‘역사’는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것이면서, 교육과 교양, 계몽과 학습의 도구로 빈번히 호출되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것은 누군가에 의해 선택적으로 호명되고, 가공된다. ‘여기 지금’ 호출된 ‘역사’는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적 의미를 가진 그 무엇이 된다. 때문에 ‘역사’는 대중(혹은 독자)에게 친숙한 것이면서도 낯설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그것이 실린 여러 매체, 그리고 역사가, 소설가, 시인, 출판편집자, 정치인 등 다양한 유저(user)의 필요에 의해 새로이 구성된 과거이다. 이 책은 신문, 잡지, 방송 등 근대의 여러 매체들이 생산해내는 다양한 역사담론의 형성과 소설적 수용, 나아가 근대적 역사소설 양식의 정립에 이르는 사적(史的) 관계에 대해 살피고 있다. 근대문학사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졌던 ‘역사소설’을 키워드로 한 문학사인 셈이다. 신문, 잡지, 방송뿐 아니라 당시 경성 종로경찰서의 비밀문서 등을 입수 분석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실증적인 작업들이 이 책의 전체 골격을 이루고 있다. 부록으로 실려 있는 <조광>, <삼천리>, <별건곤>, <한빛> 등에 실린 역사관련 기사 목록과 경성방송국의 역사관련 프로그램 편성 목록은 관심 있는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연구를 촉발시키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호출된 ‘역사’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한 화석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무기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필자의 진술은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진단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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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프랭클 저 | 소명출판
저자가 이 글을 통해 검증하고자 하는 의문 혹은 가설은 크게 세 가지로 규정해 볼 수 있다.첫째, 과연 한국이 ‘조용한 동방의 나라’, ‘은자의 나라’로 불릴 수 있을 것인가?‘반도의 한국화는 끊임없는 외국인과의 교류와 동화의 과정이었다.’ 이 책에서는 근대 이전 시기에 한국과 외부/타자와의 교류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역사적?문학적 자료들을 전거 삼아, 다양한 교류의 흔적/자취들을 밝히려는 시도가 이루어진다.둘째, 과연 한국의 외부/타자와의 관계가 전적으로 적대적 혹은 호전적이었던 것인가?‘서구와의 조우 이전에, 한국과 일본의 국제적인 관계에 대한 구상과 실천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것이었다’라는 지적은 특히 흥미롭다. 더불어 이 지점에서 일종의 ‘역사에 대한 수수께끼’ 혹은 ‘역사 서술 방식의 아이러니’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과거/역사 서술의 모순된 혹은 상반된 관점들을 짚어낸다.셋째, 과연 한국/한국인은 순종성을 가진 단일민족(국가)이라고 할 수 있는가?한국의 지리적인 경계/국경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고, 이 경계들을 오가며 한국인들이 외부로 유출되기도, 또 이민족들이 내부로 유입되기도 했다. 가령, 이 책에서 자세히 언급된 바 있듯이, ‘이지란’이 그 한 예이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역사와 문학 사이의 상호 교류’에 관하여 지적하기도 하는데, 이는 역사와 문학 자료들을 양분화하는 엄격한 구분법이 논의의 맥락화를 해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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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저 | 소명출판
한설야는 한국근대문학사에서 누구보다 노력하는 작가였다. 그렇기에 통념과는 달리 늘 방황하는 자이기도 했다. 식민지 시기 내내 이어진 여러 번의 투옥과 북한에서의 숙청은 그의 노력과 방황이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었음을 증명한다. 한설야는 식민지 문학, 북한 문학, 나아가 통일 문학을 사유할 때 몇 번이고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이다.이 책의 출발은 그야말로 문학사의 빈칸을 채우고자 하는 ‘담소심소(膽小心小)’한 것이었다. 한설야 문학은 그 주의주장이나 운동형태만으로, 혹은 그것이 성취된 고정된 상태만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의 총체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가능한 한설야의 모든 작품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한설야 소설의 전모를 밝혀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연구가 활발하지 못했던 북한에서 창작된 소설들을 식민지시기에 창작된 소설들과 똑같은 비중을 두고 연구하려고 했다. 북한이라는 체제는 우리가 사는 체제와는 다르기 때문에 북한문학의 연구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제는 그러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서라도 적극적인 분석과 해석이 따라야 할 시기라고 판단된다. 북한문학의 형성과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한설야를 본격적으로 연구함에 있어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다음으로 일제 말에 창작된 일본어 소설들을 고찰하였는데, 이 시기 문학은 한설야 문학의 이채가 아니라 해방 이전 문학과 해방 이후 문학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고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설야 연구에 있어서는 그의 작품이 지닌 고유한 형식미학에 대한 연구가 가장 소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서 한설야가 자신의 소설을 어떠한 방식으로 서사화했는지를 살펴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2장에서는 한설야 소설에 나타난 성장의 구성방식을, ‘도제 관계만 단독으로 나타난 구조’, ‘도제 관계와 연애관계가 중첩되어 나타난 구조’, ‘가족 관계를 통해 드러난 성장의 서사’로 나누어 살펴볼 것이다. 3장에서는 초점화의 문제를 바탕으로 현실 재현의 변모양상과 의미를 살펴볼 것이다. 4장에서는 한설야 소설을 관통하는 의미동위소의 관계를 바탕으로 각각의 소설들을 생산하고 변형시키는 세계관의 공통구조를 해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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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모 저 | 소명출판
이 책에서 저자는 1920년대란 한국근대시사에서 미해결 혹은 잉여의 과제들이 부상한 시기라고 정의하면서, 그것은 바로 그 시기에 강렬한 서구지향으로부터 급격한 전통회귀, 근대적인 의미의 시에 대한 원론적인 논의, 근대기 한국 문학자들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그 가운데 김억, 이광수, 주요한, 최남선 등이 전개한 조선어, 조선심, 조선시의 형식에 대한 문학론의 전개 과정에 주목한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문학론이 한국문학사에서 근대적인 의미의 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의 시발점이자,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반열에 오르고자 했던 강력한 욕망의 표현이었다고 한다.그런데 저자는 1920, 30년대 한국의 문학자들이 순수한 조선어로 조선의 향토성을 조선적 형식으로 표현하여 조선의 국민시가를 이루어야 한다고 했던 논리 가운데, 심각한 모순과 역설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리고 그것은 근대기 한국 문학자들이, 민요와 시조를 현재화하기만 하면 근대시의 형식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조선에 대한 제국 일본의 오리엔탈리즘과 원시주의가 빚어낸 환영을 내면화한 데에서 비롯한다고 한다. 특히 저자는 이러한 모순과 역설이 근대기 한국의 문학자들이 1890년대 이후 일본 국문학의 성과와 근대시론의 전개 과정, 식민지 일본 관료들과 일본인들의 조선 민요론을 적극적으로 참조하는 가운데 빚어졌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1920, 30년대 한국의 국민문학론은 오늘날 한국근대문학연구에 국민국가가 부재한 식민지에서 과연 근대문학이란 가능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남겼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는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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