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pia 분류 -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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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저 | 소명출판
시인 겸 비평가인 이기성의 비평집 <우리, 유쾌한 사전꾼>들이 출간되었다. 저자 이기성은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1998년 계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시집 <불쑥 내민 손>을 출간하였고, 2000년 <21세기 문학>신인상 평론부문에 당선이 되면서 평론활동을 시작하였다. 비평집 <우리, 유쾌한 사전꾼들>에서 필자는 냉정한 비평적 시선 보다는 ‘동료’ 시인들에 대한 따뜻한 공감의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완고한 정전의 문자 앞에서 더듬거리는 시인들, 상식과 일상의 좌표를 전복하는 도발자들, 누추한 언어의 왕국에서 지복을 꿈꾸는 슬픈 거지들, 모든 가짜들의 아름다움을 맛볼 줄 아는 사전꾼들’로 호명된 시인들의 언어에 공명하는 비평적 응답이라 할 수 있다. 시적 언어는 시장의 질서를 교란하고 확신의 체계를 누수 시키는 위조화폐이며, 시인들은 견고한 의미의 성벽을 내파하는 사전꾼들이다. 저자는 현실적 가치와 상식을 전복하고, 지배 언어에 대한 도전과 일탈을 꿈꾸는 사전꾼들의 도발적인 모험에 대한 지지와 사랑이야말로 우리시대의 비평의 책무라고 말한다.이 책은 황병승, 김행숙, 이장욱, 이근화, 심보선, 최하연, 정재학, 장이지 등 젊은 시인들의 시세계에 대한 비평적 점검과 황동규, 김명인, 황인숙, 황지우, 유하, 박영근, 박형준, 조은 등 기성 시인들의 시세계에 대한 성찰적 비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지난 몇 년간 시단을 달구었던 ‘미래파’ 시인들에 대한 반성적 점검과 새로운 시의 가능성에 대한 탐색을 보여준다. 지난 수년간 우리 시단에 풍문을 일으켰던 미래파의 언어들은 이념적 아버지의 몰락과 그 무중력의 공간을 채운 ‘처남’의 언어의 출현을 보여준다. 필자는 이러한 처남의 언어를 유희와 난장의 언어로 규정하고, 최근 시에서 보여주는 ‘장남’의 귀환에 주목한다. 이념의 몰락과 더불어 비극성을 상실하고 누추해진 현실 속에 귀환한 장남의 이미지 속에서 무중력의 소음을 뚫고 나갈 새로운 시적 가능성을 읽어낸다. 2부에서는 ‘서정’의 현재적 의미를 탐색하는 글로 묶여있다. 이 글들은 미래파 논쟁의 키워드였던 ‘서정’의 문제에 대한 점검을 통해서 우리 시대의 서정의 의미를 새롭게 복원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부는 유하, 황지우, 박영근, 김길나 등 개별 시인들의 시세계를 살펴본 시인론이며, 4부는 몸, 시간, 사생활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우리 시대의 시적 흐름을 살펴본 글들이 묶여 있다.저자는 당대 시인들의 시에서 ‘유통되는 가치의 흐름에서 이탈하는 언어들의 폭발하는 힘과 현실의 중력 속으로 포획되지 않는 낯선 말들의 시간’의 열림을 읽어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 ‘우리’라는 이름으로 당신들을 호명해 본다. 완고한 정전의 문자 앞에서 더듬거리는 시인들, 상식과 일상의 좌표를 전복하는 도발자들, 누추한 언어의 왕국에서 지복을 꿈꾸는 슬픈 거지들, 모든 가짜들의 아름다움을 맛볼 줄 아는 사전꾼들……. 이 글들은 당신들의 외로운 싸움과패배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사랑 그리고 그 유쾌한 도발에 기꺼이 동참하고픈욕망에서 태어났다.시장의 질서를 교란하고 확신의 체계를 누수 시키며 파동 치는 성난언어들. 당신들이 흩뿌려 놓은 소음과 혼란은 견고한 의미의 성벽을 내파하며 유유히 흘러간다. 유통되는 가치의 흐름에서 이탈하는 언어들의폭발, 거기서 현실의 중력 속으로 포획되지 않는 낯선 말들의 시간을꿈꾸며... (중략) " _《 저자의 '책머리에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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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찬 저 | 소명출판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배수찬 교수가 자신의 박사학위논문을 증보한 책 '근대적 글쓰기의 형성 과정 연구'(소명출판)를 냈다.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근대성과 식민지성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양적으로 팽창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책은 실증적 작업을 통해 글쓰기의 근대화를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글쓰기 형성사에서 일국사적 관점을 넘어서 국가간 비교론을 전개한 것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우리의 근대 문장이 일본문의 영향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언급이나 심증은 많이 있었으나, 그 영향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이고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별로 없었다. 배수찬 교수의 책은 한국과 일본의 1880~1920년대 신문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여 중세적 ‘론(論)’ 글쓰기가 어떻게 근대 저널리즘의 ‘논설문’ 글쓰기로 바뀌었는지를 실증하고 그에 따르는 문제점을 명쾌하게 밝혀냈다.근대 글쓰기는 서양어로 굴절된 메이지 일본문의 영향에서 발생했다고 주장배 교수는 이 책에서 일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한학 전통을 지녔다는 점에서 우리와 공통점을 지니지만, 자신이 지녔던 한학 전통을 서구화의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해체했다는 점에서 우리와 달랐고, 이를 다시 우리에게 강요한 타율적 근대화의 장본인들이라고 규정하였다. 이 때문에 애국계몽기의 한국 지식인들은 이데올로기를 떠나 일본을 참고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고 본다. 실제로 메이지 시대의 많은 일본인들이 한문 글쓰기에서 자국어 글쓰기로 나아가는 다양한 실험을 하였고, 그 결과가 오늘날의 언문일치 구어문체 글쓰기로 정착하였다는 것이 이 책에 자세히 밝혀져 있다. 이러한 글쓰기의 창출 과정은, 하가 야이치(芳賀矢一) 등 메이지 시대에 제국대학을 다녔던 어용 국어국문학자들이 중세의 문어문(文語文)이나 소로문체(候文) 등에서 벗어나 언문일치 구어문체를 창출하였고, 이를 통해 근대적 ‘국어과’를 만들어 갔다는, '국어라는 사상'의 저자 이연숙 교수(일본 히토츠바시대학)의 주장과 결합된다.글쓰기의 식민지근대화론이라는 논란 일 가능성도물론 이러한 주장에 편파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2년 전에 동명의 박사학위논문으로 제출되었을 때에도 이러한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일부 있었다. 그러나 배수찬 교수는 “일본을 학습하는 것과 일본을 추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며, 이 책에도 자주 언급되는 중국의 문호 노신(魯迅) 또한 일본 유학파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필자는 여기서 이데올로기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 근대화가 일어났다고 여겨지는 시기에 일어난 일들을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는 것을 강조하였고, 이를 ‘영혼이 없는’ 실증사학과 혼동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했다. 필자는 글쓰기 근대화와 관련된 변화와 각종 사건들을 다루면서도 이러한 격변들의 배후에 놓인 전체적인 말과 글의 질서, 그 내적 구성요소의 변동을 밝히는 것이 중심 의도였음을 시종해서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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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윤 저 | 소명출판
이 책은 문학을 성립시키는 근원이자 문학성의 핵심인 ‘문학 언어’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대중서 아닌 학술서로 분류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와는 다르게 ‘문학 언어’의 분석을 문학 내부의 시선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 언어’의 문제와 연결 짓는 새로운 관점을 취한다는 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의 관심사도 충족시키고 있다. 그동안 문학적인 연구 영역에서 어학적인 과제라 여기며 간과해 왔고, 또한 어학적인 연구 영역에서는 이데올로기와 가치관의 문제가 개입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간과해 왔던 ‘어문운동’의 문제가 이 책에서는 문학 언어와 사회 언어의 상관성을 논하는 중요한 매개로 활용된다. ‘조선어로 글을 쓴다는 것’이라는 부제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한문을 중요한 표기 수단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에는 제대로 받아 적힐 수 없었고, 국어의 자리를 일본어에 넘겨주었던 일제강점기에는 떳떳이 그 지위를 주장할 수 없었던 ‘조선어’의 궁색한 역사를 이야기한다. 이와 함께, 조선어를 한글로 적는 글쓰기 방식이 보편화됐던 1920년대 후반~1930년대의 역사적인 사건들이 문학적인 글쓰기와 어떻게 만나는지를 보여준다.다섯 장으로 나뉜 이 책에서 본격적인 본론에 해당하는 것은 2장과 3장과 4장이다. 「제2장 조선어문의 역사적 지형」은 일제 강점기였음에도 한국어와 한국어 문장의 정비를 위해 활발하게 진행된 어문운동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문법 정비, 표기법 제정, 사전 편찬 등과 관련된 조선어문의 제반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어갔는지, 그리고 어문운동의 대의에 공감을 표하면서 이에 동참하였던 문학인들의 상황은 어떠했는지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다.「제3장 국문체의 양상과 조선어 글쓰기」는 어문운동의 구체적인 양상과 국문체가 형성되어갔던 실제적인 방향, 그리고 어문운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이에 영향을 받은 문학자들의 한글 사용 의식을 추적해 나간다. 특히 ‘독본류(reader-type)’의 활발한 유통에 주목한다. 최남선의 '시문독본'과 이윤재의 '문예독본'은 당시 문인들의 중요한 습작 교본이었지만, 이를 다룬 연구는 드물었다. 중요한 두 가지의 자료를 동원하여 당시의 조선어 글쓰기가 어떠한 방식으로 형성되어 나갔는지를 예증하고 있다.「제4장 '문장강화'의 자장과 문학적 글쓰기」는 한국어와 한국어 문장에 관한 인식의 심화를 통해 1930년대 문단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문장론과 관련된 논의를 다룬다. 무엇보다 현대의 많은 한국 작가들이 문장 쓰기의 교범으로 삼았다고 고백했던 이태준의 '문장강화' 를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중심에 두고, 조선어의 어휘와 그것을 선택하는 감각, 조선어의 표준적인 체제와 그것으로부터의 일탈, 조선어 글쓰기라는 일반적인 장으로부터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문학적 글쓰기로의 확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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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경 저 | 소명출판
- 지은이의 '책머리에
' 중에서이 책은 19세기 이후 시가의 흐름을 계통별로 정리해 본 것이다. 이를 통해 이 시기 형성되고 축적되었던 시가의 전통과 관습이 근대 초기라는 이질적인 시간을 거치며 어떤 양상으로 지속되고, 변모되는지를 살피고자 하였다.조선 후기 시가를 일구었던 이들의 속내와 삶의 궤적은 때로는 '서민의식'으로 명명되기도 하였고, 이는 곧 중세를 넘어 근대를 지향하는 도도한 흐름으로 해석되기도 하였다. 조선 후기 시가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은 이렇듯 '근대'라는 대전제와 어떠한 방식으로든 얽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선학들의 연구에 크게 빚지고 있는 나 역시 이러한 지적 풍토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 후기 시가에서 근대적 징후를 찾아내려는 열정이 때로는 자료를 넘어선 과잉해석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무수히 쌓인 자료와 그것이 놓여있던 자리, 그 자체에 집중하고 싶어졌다. 19세기 시가와 그 이후 진로에 대한 관심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총론에서는 고전시가와 근대성과 관련한 기존 논의들이 무엇을 밝히고, 무엇에 대해 침묵했는지를 밝혀보려 하였다. 선별된 자들의 경험과 주의ㆍ주장을 통해 근대성을 해명하려는 시도가 시가를 생활문화의 총체가 아닌 ‘정전’으로 고정시켰고, 결과적으로 시가의 영역을 협소하게 만들었다는 문제의식이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다.1부에서는 19세기 시정문화의 흐름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주체가 성장하고, 이들이 취향을 드러내고, 고수하는 방식을 살펴보았다. 19세기 시정문화와 시정문화의 중심을 이루는 시가는 도시문화의 형성, 대중문화의 전사(前史)라는 차원에서 주목받아 왔다. 이 책에서는 특히 19세기 시가의 역동성과 개방성을 해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잡가를 대상으로, 시가 장르간의 교섭 현상과 이것을 매개할 수 있는 민간 가창양식의 저변을 해명해 보고자 하였다.2부에서는 장편가사를 중심으로, 글쓰기 방식의 변화를 살펴보았다.장르적 복합성을 지닌 가사의 정체성 해명은 국문학계의 오랜 과제였다. 여기에서는 18세기 이후 활발하게 창작된 장편가사를 통해 주정적 가창물로써의 가사와 기록물, 독서물로써의 가사로 분화되는 양상을 주목하고, 장편가사의 장르적 잠재력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가사는 조선 후기를 거치면서, 개별 시가 장르라는 차원을 넘어 인간사와 세태, 경물(景物)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대표적 글쓰기 방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 와중에 뚜렷한 경향성을 이루며 나타난 가사의 하위범주는 낯선 공간에서의 체험을 그린 기행가사와 인간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드러내는 규방문화권의 가사, 교훈가사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가사 작품들은 경험의 편폭이 확장되고, 새로운 가치에 눈뜨면서 기존의 가치를 다시 성찰하는 전환기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3부에서는 요사이 새롭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 식민지 시기 시가에 대한 글을 모아 보았다. 식민지 시기는 전통 시가 장르가 후퇴하고, 신종의 외래 장르가 일방적으로 이입된 불연속성의 시대, 단절의 시대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과는 달리, 식민지 시대에도 전 시대부터 전승되어온 시가들은 대중들의 기억에 남아 동시대적으로 향유되었다. 물론 식민정책, 새로이 도입된 기술과 매체, 달라진 대중의 취향이 개입하면서 시가의 전통은 굴절되거나 왜곡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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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일 저 | 소명출판
개벽연구- '책머리에
' 중에서이 책은 지난 십 년간 『개벽』에 머물렀던 나의 자취이다. 박헌호 선생의 손에 이끌려 ‘상허학회’의 ‘『개벽』 읽기 모임’에 나간 것이 1999년 여름이었고, 『개벽』으로 학위논문을 적은 것이 2002년 봄, 이후 『개벽』과 관련된 글들을 산발적으로 적으며 4~5년을 보내고 이제 2008년의 여름을 맞이하고 있으니, 십 년을 『개벽』과 동반했다고 해도 잘못된 말은 아닐 터이다. 돌아보면 이 세월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나의 무지로 인해 벌어진 아찔한 순간도 있었고, ‘공부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에 침전되기도 했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수차례 의심받기도 또 그 이상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회의로 나의 ‘낚시 솜씨’는 더욱 빛나는 바가 있었고, 애초의 꿈이었던 ‘남에게 인용되는 글’도 몇 편 적었으며, 드디어 책도 내게 되었으니 그 행불행에 치우침은 없는 듯하다. 이 책은 1920년대 문학과 『개벽』의 위상이라는 학위논문을 근간으로 하여 전후에 발표한 수편의 『개벽』 관련 글들을 재배치한 것이다. 내가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학위논문을 적을 때와 달라진 바가 없으니, 『개벽』이라는 매체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매체란 이미 생산된 담론이나 문학을 담아내는 시험관 같은 존재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그것들을 생산하고 창조하기도 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실재였고, 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존재가 『개벽』이라는 것이다. 매체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발상은 당연히 책의 목차 편제에도 영향을 주었다. 검열의 문제를 통해 『개벽』과 식민체제의 역학관계를 살핀다(2장). 유통망과 독자층을 검토하여 『개벽』의 재생산 체계를 분석한다(3장). 또 『개벽』의 편집체계와 사상담론을 분석하여 그 미디어전략을 추론한다(4장). 나아가 『개벽』이 이끈 문학사적 변화를 탐색한다(5장)는 목표의 이면에는 궁극적으로 『개벽』의 총체성에 대한 갈증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이에 도달할 수 있는가였다.나는 책에서 이에 대해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는 『개벽』 연구 혹은 매체 연구를 위해 독법(讀法)을 바꾸자는 것이다. 즉 『개벽』을 ‘통째로’ 읽어냄으로써 학문 분야나 관심사에 따라 자료를 뽑아 보는 관행을 바꾸고, 자연스럽게 매체 연구 혹은 학제간 연구의 활성화를 위한 ‘본원적 축적’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개벽』에 대한 통독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기존의 개별 연구 혹은 부문별 연구를 종합하고, 이러한 종합 과정을 통해 거꾸로 개별 연구 혹은 부문별 연구가 새로운 차원에서 활성화될 수 있다. 둘째는 ‘실증’이다. “자료가 스스로 말하게 하라”는 『개벽』 연구(매체연구)의 훌륭한 모토다. 『개벽』의 전체상에 다가서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되었던 것은 ‘덩치와 분량’이 아니라 실증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과 ‘설’이었다. 그리고 이런 선입견들, 예를 들어 『개벽』이 “종교잡지”였다거나 “천도교(준)기관지”라는 주장들은 통독과 구체적 통계 제시를 통해 극복될 수 있었다.셋째는 시계열적 비교 분석이 수치와 통계를 비로소 ‘살아 있는 자료’로 만든다는 것이다. 『개벽』을 통독하면 1923년 중·후반을 경계로 담론상의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통계상 사회주의 관련 논설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다. 이때 통계와 담론적 분절의 선명성에 몰입한다면 해석의 방향은 쉽게 예견된다. 이른바 대중추수적 ‘수용론’, 즉 『개벽』의 ‘사회주의로의 경도’를 비슷한 시기 조선사회의 ‘사회주의 열풍’ 속에 녹여내는 것이다. 이는 정확히 『개벽』과 신경향파문학의 밀월을 외부의 기획, 즉 김기진·박영희 등의 문학 기획으로 설명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여기서 『개벽』은 그냥 ‘그릇’이나 ‘시험관’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개벽』의 논설(문학)을 시계열적으로 분석하게 되면 표면적 ‘분절’의 이면에 놓인 ‘연속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연속성’이야말로 『개벽』이 미디어적 전망을 역동적으로 구현했던 존재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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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저 | 소명출판
소설은 경계선에 걸쳐 있는 담론이다. 그것은 공식적 담론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말하기도 하고, 혹은 훨씬 덜 말하기도 한다. 일제 지배하에서 생산된 역사에 대한 여러 담론과 역사소설은 민족의식에 대한 직.간접의 표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저항 민족주의의 이념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것이 역사를 필요 이상으로 미화하거나 확대 축소하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또는 일제 식민통치하에서 오히려 역사가 현재화.사유화(私有化)됨에 따라 역사를 한갓 진기한 것, 이상한 흥밋거리, 삽화적인 것으로 다루기도 하였다. 그런 와중에도 역사는 여전히 민족적 교육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의식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추려는 시도 또한 지속적으로 나타난다.이렇듯 ‘역사’는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것이면서, 교육과 교양, 계몽과 학습의 도구로 빈번히 호출되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것은 누군가에 의해 선택적으로 호명되고, 가공된다. ‘여기 지금’ 호출된 ‘역사’는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적 의미를 가진 그 무엇이 된다. 때문에 ‘역사’는 대중(혹은 독자)에게 친숙한 것이면서도 낯설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그것이 실린 여러 매체, 그리고 역사가, 소설가, 시인, 출판편집자, 정치인 등 다양한 유저(user)의 필요에 의해 새로이 구성된 과거이다. 이 책은 신문, 잡지, 방송 등 근대의 여러 매체들이 생산해내는 다양한 역사담론의 형성과 소설적 수용, 나아가 근대적 역사소설 양식의 정립에 이르는 사적(史的) 관계에 대해 살피고 있다. 근대문학사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졌던 ‘역사소설’을 키워드로 한 문학사인 셈이다. 신문, 잡지, 방송뿐 아니라 당시 경성 종로경찰서의 비밀문서 등을 입수 분석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실증적인 작업들이 이 책의 전체 골격을 이루고 있다. 부록으로 실려 있는 <조광>, <삼천리>, <별건곤>, <한빛> 등에 실린 역사관련 기사 목록과 경성방송국의 역사관련 프로그램 편성 목록은 관심 있는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연구를 촉발시키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호출된 ‘역사’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한 화석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무기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필자의 진술은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진단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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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 저 | 소명출판
- '책머리에
' 중에서이 책은 그동안 여러 관심의 경로를 따라 쓴 근대시의 유산에 관한 비평적 관심의 결과들이다. 크게 구분해보면 근대문학이 성취해온 모더니티에 관련된 글들과 이른바 ‘종교적 상상력’에 연루된 시적 성취에 대한 글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먼저 제1부에 배치된 글들은, 한국 근대시의 역사 가운데 근대성에 관한 관심을 펴 보인 시적 지향 혹은 시인들의 시세계에 대한 관심을 모은 결과이다.‘근대성(모더니티)’ 논의는, 그것이 텍스트 분석의 차원이었든 리얼리즘 미학이 일정하게 견지했던 전망에 대한 대체 담론의 차원이었든 한 시대의 메타적 정점에 위치해 있었다. 물론 이는 지난 시대의 지식인들이 가졌던 단순하고 명료한 도식에 대한 일정한 자기 반성을 내포하는 것이었고, 그 결과 단순성과 명료성보다는 복합성과 불투명성을 핵심으로 하는 해석과 평가의 장이 마련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감각에 기초하여 몇몇 시인과 비평가들을 대상으로 그 실물 감각과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근대 초기로부터 윤극영, 임화, 박팔양, 박용철, 김기림 등에 이르는 대상들을 살폈는데, 시인론이나 비평가론의 뼈대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 그들의 근대 인식과 실천적 형상 속에 깃들여 있는 근대적 속성을 탐색한 결과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근대문학사 속에 나타난 프로문학, 아동문학, 모더니즘 문학, 순수 문학의 여러 시적 자장이 경험될 수 있었으면 한다.제2부의 글들은 이런저런 종교적 경험이나 구상을 시세계로 옮긴 시인들에 관한 에세이를 모았다.종교적 상상력은 일상적이고 세속적인 자아를 뛰어넘는 어떤 초월적 존재에 대한 열망과 세속적 인간으로서의 현세적 욕망의 실현 의지와 두루 연결된다. 전자가 인간이 숙명적으로 갖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초월 의지와 관련된다면, 후자는 인간 사회에서의 윤리적 갱신 의지와 맞물린다. 영원성에 대한 추구, 신성의 지상적 복원에 대한 의지, 영성에 대한 내밀한 감각, 사랑의 구현, 모든 불가시적 세계에 대한 견자(見者)로서의 역할 등도 그 중요한 몫이다. 원래 시와 종교가 언어적 형식에서 매우 밀접한 구조적 상동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근대시의 형성 과정에서 종교적 상상력은 매우 중요한 테마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김소월, 정지용, 윤동주, 김현승, 김달진, 서정주, 박목월, 박두진 등의 시세계에서 그 흔적을 살폈다. 박팔양과 서정주를 다룬 글은 애초에 발표했던 것을 보완하여 수록함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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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저 | 소명출판
한설야는 한국근대문학사에서 누구보다 노력하는 작가였다. 그렇기에 통념과는 달리 늘 방황하는 자이기도 했다. 식민지 시기 내내 이어진 여러 번의 투옥과 북한에서의 숙청은 그의 노력과 방황이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었음을 증명한다. 한설야는 식민지 문학, 북한 문학, 나아가 통일 문학을 사유할 때 몇 번이고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이다.이 책의 출발은 그야말로 문학사의 빈칸을 채우고자 하는 ‘담소심소(膽小心小)’한 것이었다. 한설야 문학은 그 주의주장이나 운동형태만으로, 혹은 그것이 성취된 고정된 상태만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의 총체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가능한 한설야의 모든 작품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한설야 소설의 전모를 밝혀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연구가 활발하지 못했던 북한에서 창작된 소설들을 식민지시기에 창작된 소설들과 똑같은 비중을 두고 연구하려고 했다. 북한이라는 체제는 우리가 사는 체제와는 다르기 때문에 북한문학의 연구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제는 그러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서라도 적극적인 분석과 해석이 따라야 할 시기라고 판단된다. 북한문학의 형성과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한설야를 본격적으로 연구함에 있어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다음으로 일제 말에 창작된 일본어 소설들을 고찰하였는데, 이 시기 문학은 한설야 문학의 이채가 아니라 해방 이전 문학과 해방 이후 문학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고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설야 연구에 있어서는 그의 작품이 지닌 고유한 형식미학에 대한 연구가 가장 소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서 한설야가 자신의 소설을 어떠한 방식으로 서사화했는지를 살펴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2장에서는 한설야 소설에 나타난 성장의 구성방식을, ‘도제 관계만 단독으로 나타난 구조’, ‘도제 관계와 연애관계가 중첩되어 나타난 구조’, ‘가족 관계를 통해 드러난 성장의 서사’로 나누어 살펴볼 것이다. 3장에서는 초점화의 문제를 바탕으로 현실 재현의 변모양상과 의미를 살펴볼 것이다. 4장에서는 한설야 소설을 관통하는 의미동위소의 관계를 바탕으로 각각의 소설들을 생산하고 변형시키는 세계관의 공통구조를 해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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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모 저 | 소명출판
이 책에서 저자는 1920년대란 한국근대시사에서 미해결 혹은 잉여의 과제들이 부상한 시기라고 정의하면서, 그것은 바로 그 시기에 강렬한 서구지향으로부터 급격한 전통회귀, 근대적인 의미의 시에 대한 원론적인 논의, 근대기 한국 문학자들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그 가운데 김억, 이광수, 주요한, 최남선 등이 전개한 조선어, 조선심, 조선시의 형식에 대한 문학론의 전개 과정에 주목한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문학론이 한국문학사에서 근대적인 의미의 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의 시발점이자,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반열에 오르고자 했던 강력한 욕망의 표현이었다고 한다.그런데 저자는 1920, 30년대 한국의 문학자들이 순수한 조선어로 조선의 향토성을 조선적 형식으로 표현하여 조선의 국민시가를 이루어야 한다고 했던 논리 가운데, 심각한 모순과 역설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리고 그것은 근대기 한국 문학자들이, 민요와 시조를 현재화하기만 하면 근대시의 형식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조선에 대한 제국 일본의 오리엔탈리즘과 원시주의가 빚어낸 환영을 내면화한 데에서 비롯한다고 한다. 특히 저자는 이러한 모순과 역설이 근대기 한국의 문학자들이 1890년대 이후 일본 국문학의 성과와 근대시론의 전개 과정, 식민지 일본 관료들과 일본인들의 조선 민요론을 적극적으로 참조하는 가운데 빚어졌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1920, 30년대 한국의 국민문학론은 오늘날 한국근대문학연구에 국민국가가 부재한 식민지에서 과연 근대문학이란 가능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남겼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는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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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프랭클 저 | 소명출판
저자가 이 글을 통해 검증하고자 하는 의문 혹은 가설은 크게 세 가지로 규정해 볼 수 있다.첫째, 과연 한국이 ‘조용한 동방의 나라’, ‘은자의 나라’로 불릴 수 있을 것인가?‘반도의 한국화는 끊임없는 외국인과의 교류와 동화의 과정이었다.’ 이 책에서는 근대 이전 시기에 한국과 외부/타자와의 교류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역사적?문학적 자료들을 전거 삼아, 다양한 교류의 흔적/자취들을 밝히려는 시도가 이루어진다.둘째, 과연 한국의 외부/타자와의 관계가 전적으로 적대적 혹은 호전적이었던 것인가?‘서구와의 조우 이전에, 한국과 일본의 국제적인 관계에 대한 구상과 실천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것이었다’라는 지적은 특히 흥미롭다. 더불어 이 지점에서 일종의 ‘역사에 대한 수수께끼’ 혹은 ‘역사 서술 방식의 아이러니’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과거/역사 서술의 모순된 혹은 상반된 관점들을 짚어낸다.셋째, 과연 한국/한국인은 순종성을 가진 단일민족(국가)이라고 할 수 있는가?한국의 지리적인 경계/국경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고, 이 경계들을 오가며 한국인들이 외부로 유출되기도, 또 이민족들이 내부로 유입되기도 했다. 가령, 이 책에서 자세히 언급된 바 있듯이, ‘이지란’이 그 한 예이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역사와 문학 사이의 상호 교류’에 관하여 지적하기도 하는데, 이는 역사와 문학 자료들을 양분화하는 엄격한 구분법이 논의의 맥락화를 해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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