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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pia 분류 -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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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묻혀진 문학사의 복원 : 16세기 소설사
민족문학사연구소 고전소설연구반 저 | 소명출판
지금 우리가 전통시대의 ‘소설’이라고 할 땐 걸리는 부분이 많다. 즉 그 장르적 실체가 무엇보다 걸린다. 근대 서구의 잣대로 들이댔을 때의 장르 규정과는 너무 판이하기 때문이다. 한자문화권에서 소설의 탄생은 보다 복잡했다는 증거일 터다. 이에 대한 논의는 이제 다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여기에 포함시켜 논의할 대상마저 아직 제대로 언급이 안 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좀 더 다양한 종에 대한 통찰을 필요로 한다. 어쨌든 지금 우리가 소설류로 취급하여 논의하고 있는 작품들이 16세기에 이르러 복잡한 양상을 띠는 건 분명하다. 이것이 서사문학사에서 16세기를 주목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이야기 체제를 갖춘 것들(지금 우리는 이것을 소설이라 하지만)은 공유성이 생명이다. 즉 읽혀지는 것이 생명인 셈이다. 그런데 초기 소설류는 일종의 흥미에 대한 관심은 별로 기울여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이런 류가 대중과 교호하는 실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본격적으로 다수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우리 소설사에서 하나의 창작물을 가지고 다수가 돌려보거나 전사하여 읽을거리로 삼은 흔적은 이 16세기에 와서야 본격화된다. 15세기 『금오신화(金鰲新話)』가 창작되었으나 그것이 당시엔 ‘읽을거리’로 통행되진 않았다. 특히 중국소설류가 대거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소설류에 대한 관심도를 달리하고 있었다. 이 점 소설사에서 확실히 주목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16세기의 이런저런 정황들은 우리소설사가 어떤 궤적을 그리며 형성되어 왔던가 하는 점을 확인하는데 관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진 이 시기에 창작된 개별 작품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 외엔 진척된 논의가 거의 없었다. 특히 소설사적 이해 속에 개진된 논의는 아예 없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터다.우리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16세기 소설사를 복원하고자 출발하였다. 그 접근 방식은 다양했는데, 그러나 크게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하나는 당대의 정치ㆍ사회사적 맥락 속에서 문학사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자 했다. 당대 창작층이었던 사대부들이 이른바 사화로 상징화된 정권교체기에서 어떤 이념성을 가지고 창작에 임했으며, 그들이 반영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던가, 그리고 이들과 저층과의 관계는 또 어떠했는가 하는 점을 주시하면서 이 시기 소설사의 맥락을 짚고자 했다. 이것이 제1부에 편제된 논의들이다.둘째는 이 시기 산생된 작품들의 실상과 이들 작품의 향유 양상, 작품내용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 전후 소설사적 맥락 속에서 주목해 보았다. 전기(傳奇), 몽유록(夢遊錄), 필기(筆記), 의인산문(擬人散文), 중국소설류 등 다양한 실체가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각 유형의 산생 조건과 향유양상들을 적극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이것들은 제2부에 편제하였다. 이런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16세기 서사문학사의 지형도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15세기의 『금오신화』와 17세기 소설들과의 연결고리가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근대문학] 연애라는 표상 : 한국 근대소설의 형성과 사랑
김지영 저 | 소명출판
한국 근대소설의 형성과 사랑 연애라는 표상저자는 “ ‘연애’ 곧, 근대적 사랑이 어떻게 처음 시작되었느냐에 대해 여기서 다루고 있지만, 사랑에 관한 보편타당한 원칙이나 이론을 찾는 일과는 무관하다. 사랑의 본질 혹은 이상적인 사랑의 방식을 찾아내는 일은 이 책이 의도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 책은 사랑의 의미와 사랑의 방식을 상대적인 것으로 조건화하는 일에 더 관련이 있다. 사랑의 보편타당한 본질을 묻기보다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근간이 된 애, 즉 식민지 초기 한국사회에서 논의되고 표현되었던 연애가 얼마나 수하고 비본질적인 것이었는지를 밝혀보는 것이 이 책을 시작하게 된 동기였다.”고 책머리에
서 밝히고 있다이 책은 1910년대 말에서 1920년대 전반까지의 소설들에 나타난 연애의 표상에 주목함으로써, 연애담론의 관점에서 식민지 초기 근대소설의 전개과정을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연애표상을 중심으로 이 시기 근대소설을 다시 읽는 일은 문학의 근대화가 추동했던 새로운 인간상의 특질을 밝히고 근대적 사랑의 의미를 역사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새로운 삶의 감각과 이념 그리고 서구적인 문학형식의 촉발로 시작한 한국 근대문학이 그 첫 관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연애'였다. 『무정』을 필두로 하여 초기 한국 근대소설들은 대부분이 남녀 간 사랑의 감정과 갈등을 다루고 있었으며, 이러한 경향은 1920년대 중반 사회주의운동이 지식인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세력을 펼쳐 나가게 될 때 까지 계속되었다.연애가 이처럼 근대문학의 출발을 정초하는 핵심적 소재가 되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연애와 관련된 갈등이 독자의 흥미를 끌어들이는 독보적 소재라는 사실을 넘어서, 당대 현실의 지평 위에 펼쳐졌던 복잡한 상황과 조건의 그물망이 관여하고 있다. 연애가 최초의 문학소재로서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녔던 이면에는, 국민국가 건설의 좌절, 정치적 좌절과 맥을 같이 하는 문화운동의 태동, 신교육의 세례를 받고 대두한 신지식인의 지적 헤게모니, 외국문학작품과의 접촉, 사회진화론을 필두로 한 유사과학의 유입 등 상이 한 계열의 요인들이 교차하거나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상이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움직이던 당대의 역사적 특수성 속에서 문학담론에 나타난 연애의 표상에 주목함으로써, '연애'를 최초의 문학소재로 부상시켰던 새로운 인식의 성격과 특질을 규명해내는 것이 이 책의 첫 번째 관심사이다. 그리고 식민지 초기 근대소설이 연애를 형상화해 낸 방식을 분석함으로써 소설이 성?사랑?결혼을 둘러싼 새로운 사유의 방식과 길항하는 양상을 살피고, 이를 통해 이 시기 소설들이 지향했던 근대적 개인과 근대적 사랑의 성격을 역사적으로 조건화하는 데 이 책의 궁극적인 의도가 있다.저자는 “‘연애’ 곧, 근대적 사랑이 어떻게 처음 시작되었느냐에 대해 여기서 다루고 있지만, 사랑에 관한 보편타당한 원칙이나 이론을 찾는 일과는 무관하다. 사랑의 본질 혹은 이상적인 사랑의 방식을 찾아내는 일은 이 책이 의도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 책은 사랑의 의미와 사랑의 방식을 상대적인 것으로 조건화하는 일에 더 관련이 있다. 사랑의 보편타당한 본질을 묻기보다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근간이 된 애, 즉 식민지 초기 한국사회에서 논의되고 표현되었던 연애가 얼마나 수하고 비본질적인 것이었는지를 밝혀보는 것이 이 책을 시작하게 된 동기였다.”고 책머리에
서 밝히고 있다.
[근대문학] 모더니티의 이면(異面)
고봉준 저 | 소명출판
- 저자의 《책머리에
》 중에서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 ‘모더니티의 이면(二面)’은 박사학위 논문을 다듬은 것이고, 2부 ‘이면(異面)들’은 그 후속작업의 결과물들이다. 제도적 글쓰기의 하나인 학위논문에는 일정한 형식적 강제들이 뒤따른다. 나는 그러한 형식적 장치들을 지우는 방식으로 학위논문을 수정하였다. 학위논문을 전후하여 발표한 2부의 논문들은 모더니즘을 논리적 측면에서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거칠게 말하자면, 이면(二面)과 이면(異面)의 고찰을 통해 이면(裏面)의 감각적, 이성적 논리를 드러내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커다란 목표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두 개의 ‘이면’이 둘이 아니라 셋으로 읽혔으면 한다.20세기 초, 박래품의 하나로 수입된 모더니즘은 한국문학사에서 두 번의 굴절을 경험해야 했다. 물론, 문학사에서 모더니스트로 불리는 시인들은 숱하게 많다. 그러나 문학사적 감각으로 볼 때, 그 모든 시인들이 특이점을 형성하지는 못한 듯하다. 왕도(王都)로서의 성스러움이 무너진 1930년대의 세속도시 ‘경성’에서의 근대체험이 첫 번째 굴절이라면, 1950년대 전후의 암울한 정치상황과 폐허로 변한 삶의 터전에서 출발하는 ‘서울’에서의 근대체험은 두 번째 굴절이라고 부를 수 있으리라.시인 이상(李箱)은 경성이라는 도시적 삶의 감각을 ‘권태’로 표현했고,그것은 불과 30년 후에 김수영에게서 ‘피로’의 감각으로 바뀌고 말았다. 권태와 피로, 이것은 한국문학사에서 모더니즘의 위상을 가리키는 바로미터이다. 권태와 피로라는 이 모더니티의 감각이야말로 이 논문의 진정한 출발점이었을 것이다. 미적 근대성이라는 가면에 둘러싸인 모더니즘은 종종 미적 자율성의 동의어로 사용된다. 그러나 한국의 근현대문학사에서 모더니즘은 독일 낭만주의의 자율성 테제와는 달리 역사 및 현실과 구체적인 긴장 관계를 형성해 왔으며, 그것은 대개 특유의 감각과 논리를 동반하는 문학적 사유의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2부에서 김기림과 최재서의 모더니즘의 논리가 식민지라는 구체적인 조건 하에서 어떻게 작동했으며, 결국 그 논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모더니즘의 코스모폴리탄적인 비전을 벗어나게 되었는가를 해명하려 했다. 물론 식민지 문학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친일이냐 저항이냐라는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바로 그렇게 때문에 식민지라는 현실은 모더니스트들의 내적 논리가 무엇이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시공간이 될 수 있었다.
[고전문학] 다시 보는 한국인의 지혜 : 한국 한문의 진수 지혜로운 우리 조상들의 삶
민병수 저 | 소명출판
- 編譯者의 서문에서요즘 정치판에서는 우리 역사를 가리켜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機會主義가 승리한 것’이라 떠들어 댄다. 그러나 거꾸로 ‘정의가 승리하고 기회주의가 패배한 것’이 우리 역사다.대륙민족의 주변국가로 살아오면서 그렇게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제 것을 잃지 않고 가꾸어 민족 자존自尊의 긍지를 그대로 뒷 세상의 우리들에게 끼쳐 준 것이 우리 역사의 참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한 마디의 말, 한 점의 염치廉恥도 행동하는 지도층의 언저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 아닌가. 저질低質 또 저질, 그 가속화加速化 현상이 날로 심각한데도 스스로 그 속에 함몰陷沒되어 헤어날 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예로부터 풍속風俗이라는 것도 처음에는 사회 지도층이 앞장서서 만들어 낸다. 지도자 개개인의 말과 행동 하나 하나가 민중에게 표준標準이 되고 준봉遵奉의 대상이 될 때 그것은 세월을 거치면서 미풍美風과 양속良俗으로 자리 굳힘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30여 년 전, 방은放隱 성낙훈成樂熏 선생님을 모시고 숙식을 함께하면서 80여 종의 서책을 앞에 놓고 몇 달에 걸쳐 선인들이 남기고 간 명언 가행佳行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극단적인 개인주의個人主義 흐름에 매몰되어 ‘나’만을 위하여 살아가는 현대인의 소아적小我的 삶의 껍데기를 보고 있을 때, ‘나’보다는 ‘우리’를 위해서 사는 데 익숙한 전통시대 ‘대인大人의 풍도風度’가 안타까울 만큼 그리웠기 때문이다.아무쪼록 우리 선인들이 ‘최고最高의 선善’으로 표방標榜한 의리義理 덕목德目을 배우고, 이 땅에서 가꾸어 온 우리 한문漢文의 진수眞髓를 배우는 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상의 다행이 없겠다.
[신화의 저편] 신화의 저편 : 한국 현대시와 내셔널리즘
최현식 저 | 소명출판
이 책은 한국 현대시를 주 대상으로 하여 민족과 국가의 상상력, 또는 ‘내셔널리즘(nationalism)’이 제출, 정립되고 분화, 수정되는 양상을 계보학적으로 재구성하고 해석해 본 것이다. 따라서 나는 특정한 결론과 가치를 입안하고 주장하기보다는, 저 개념들이 시에서 현상되고 구조화되는 방식, 그리고 시인들이 저 개념을 통해 역사현실과 교섭하고 길항하는 방식 등에 주목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간 결산이기보다는 아직 메모 형태로 여기저기 붙어 있는 이후 연구의 윤곽 잡기와 방향 설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일종의 서론에 해당한다. 제1부에서는 근대계몽기 문학에 발현된 민족ㆍ국가의 상상력을 특히 『소년』의 시(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신대한’과 ‘대조선’의 사이(1)~(2)」가 여기에 해당한다. 『소년』의 시(가)는 근대 국민에게 요구되는 보편적 덕목과, ‘신대한’ ‘대조선’, 그리고 이것들을 은유하는 다양한 개념들을 통해 근대 국민국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편, 대서사시적 과거 ‘대조선’을 호명함으로써 ‘민족’을 영원화하고 절대화하는 문화민족주의의 초석을 놓았다. 물론 『소년』의 시(가)는 단독으로 민족과 국가의 심미화와 위계화를 수행하지 않았다. 시(가)는 『소년』지 내의 각종 지식 담론을 요약하고 상징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립 방식과 근대적 가치를 꾸려 나갔다.『소년』과 『청춘』에 번역 게재된 톨스토이의 여러 소설과 『걸리버 여행기』의 일부인 「거인국표류기」와 『로빈손 크루소』를 초역(抄譯)한 「로빈손무인절도표류기」 등을 통해 최남선이 추구하는 바의 근대국가와 국민의 의미를 살펴본 「1910년대 번역ㆍ번안 서사물과 국민국가의 상상력」 역시 최남선의 다중적 관심과 전략적 글쓰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근대계몽기 국민국가의 상상력과 신문매체」는 한국 최초의 민간 일간지 『매일신문』의 서사물을 대상으로, 특히 법률의 제도화와 국민 탄생의 기획이 어떻게 수행되고 있는가를 살펴본 글이다. 이 신문에 실린 서사들은 구한 말 근대 국민국가에 대한 이해와 상상력의 단초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넘길 수 없다. 근대계몽기 시와 서사는 이처럼 서로 충돌하고 갈등하기보다는 서로 교섭하고 서로를 대리 수행한다.제2부에는 주로 민족과 국토, 그리고 향토의 연계 방식과 심미화 양상을 검토하는 3편의 글을 실었다. 이를 통해 민족과 국가가, 혹은 그것의 물리적 실체로서 국토와 향토가 심미성과 함께 이데올로기 효과를 어떻게 선점해 가는가를 구명해 보았다. 이상화(「민족과 국토의 심미화」)를 기점으로 하여 한국전쟁 후 보수와 진보 지향의 민족주의에 각각 서정주와 신동엽을, 산업화시대 이후에는 서정주의 『질마재 신화』(「타락한 역사의 구원과 ‘질마재’」)와 조태일의 『국토』(「민족과 국토, 그리고 미」)를 놓았다. 대개 동의하겠지만, 문학사의 성좌에 편재된 세 시인들은 적어도 민족과 국가와 관련되는 한 불편부당(不偏不黨) 이전이거나 그 밖의 존재들이다. 이런 판정은 시인들의 선택과 역사현실의 개입, 그리고 독자의 판단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시인이란 말에 앞서 시(인)의 사표(師表)니 반면교사니 하는 말이 먼저 나도는 것은 지극히 불행한 일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내밀한 영혼과 숨겨진 세계를 여는 사유와 언어가 불현듯 회통하는 그들의 시에 먼저 목말라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호강과 사치는 언제나 허락될 것인가, 아니 일상이 될 것인가.
고산유고(孤山遺稿)
윤선도 저,이형대 역주,이상원 역주,이성호 역주,박종우 역주 | 소명출판
『고산유고(孤山遺稿)』는 고산 윤선도의 문집인 『고산유고』 중 시(詩)ㆍ부(賦)ㆍ가사(歌辭) 부문을 번역한 제품입니다. 『고산유고(孤山遺稿)』는 17세기 대북파의 권력 전횡에 맞서 그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실천적 지식인의 표상으로서, 중세기 시조 미학을 그 정점으로 끌어올린 탁월한 예술인의 전범으로서 후인들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된 고산 윤선도의 작품을 통해 그가 남긴 사유의 궤적과 예술세계를 분석하였습니다. 영인본을 수록하였으며 그에 대한 분석이 담긴 해제 또한 싣고 있습니다.
#한국고전문학
[한국학술진흥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동양편 125] 일본영대장
이하라 사이카쿠 외 저 | 소명출판
『일본영대장』의 창작의 도와 배경에는 근세일본의 사회경제사적인 현실과 '혼초닌'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자리 잡고 있으며, '혼초닌'은 이른바 서구시민 사회의 부르주아지에 가까운 성격을 지니면서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며, 바로 이러한 점들이 사이카쿠의 소설 중 『일본영대장』이 당시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판매되고 읽혀졌던 이유이다. 이 책 『일본영대장日本永代藏』은 17세기에 간행된 일본 최초의 본격 경제소설로서 일본문학사에서 크게 평가를 받고 있는 고전작품이지만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소개된 적이 없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본의 주요 고전소설들은 문학사적인 의의와 비중, 연구의 축적량 등을 고려할 때 율령국가律令國家 성립 이후의 9세기부터 12세기에 걸친 헤이안平安 귀족정권시대와 17세기 도쿠가와막부 성립 이후인 근세 봉건시대에 창작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편 근세 봉건시대의 주요 소설로는 아사이 료이淺井了意, 이하라 사이카쿠井原西鶴, 우에다 아키나리上田秋成, 교쿠테이 바킨曲亭馬琴과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들 수 있는데, 특히 『호색일대남好色一代男』(1682년), 『일본영대장日本永代藏』(1688년) 등과 같은 일련의 사실주의적寫實主義的 작품을 창작해낸 이하라 사이카쿠(이하 사이카쿠)는 명실 공히 일본의 근세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 되어 메이지시대 이래 일본의 연구자들에 의해 방대한 양의 연구가 행해져 왔고 서구의 연구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크게 주목받고 있다.그렇지만 이처럼 일본문학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들이 한국에서는 그간 거의 번역되지 않고 연구 또한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이것은 일본문학에 대한 거부반응 내지는 무관심 등 과거 역사에 기인한 우리의 특수 상황 외에,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일본연구의 여건 미숙이라는 한국의 학문적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그간 한국의 인문학 영역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사이카쿠는 에도시대 ‘천하의 부엌天下の台所’이라고 불렸던 경제도시 오사카大坂에서 17세기 후반에 활약한 상인출신의 하이카이俳句 시인이며 소설가였다. 당시의 일본문학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문학의 영향권에 있었지만 사이카쿠의 작품은 동시대의 타 작품들과 비교해 가장 일본적인 형태와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본 근세소설의 대표적 위상을 지니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당대의 유학자로서 중국의 고전에 해박한 이토 바이우는 사이카쿠의 작품에 관해 노자나 장자로 상징되는 중국의 사상과 문화와는 이질적인 별개의 일본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평하고 있는데, 이러한 그의 시각은 사이카쿠 소설에서 나타나는 사실주의적 특성을 함축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근세문학사에서 사이카쿠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작품의 주제와 성격에 따라 호색물好色物, 무가물武家物, 조닌물町人物, 잡화물雜話物 등으로 분류되고, 그 중 『일본영대장日本永代藏』은 조닌물町人物의 첫 작품인데, 조닌町人이라는 용어는 앞 글자인 정町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로서 도시 또는 시가지라는 의미이고 정인町人 즉 조닌은 도시에서 활동하는 상인이라는 의미이다. 조닌이라는 상인층은 사회적ㆍ경제적 측면에서 실제적으로는 농공인農工人층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위상을 지니고 있었기에 엄밀하게 말하자면 일본 근세기의 사회계층질서는 사상농공士商農工이었다고 볼 수 있으며, 조닌이라는 신분은 16세기 이후 근세일본의 사회경제사적인 특성을 나타내 주고 있는 상징적 용어인 것이다. 작가 사이카쿠는 조닌 출신으로서 이러한 조닌들의 계층적 의미와 경제활동을 직시하고, 그들이 주인공이 된 작품을 창작하면서 문학의 주제로서 다루기 어려운 금전金錢 즉 경제현실과 인간의 물욕物慾의 문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일본영대장』은 일본 최초의 본격 ‘경제소설’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30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교훈적 실용서의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상인의 입신출세담立身出世談이나 혹은 파멸담破滅談을 통해 금은만능의 조닌사회町人社會의 여러 모습들을 날카롭게 묘사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선행의 교훈적 치부담과는 그 문예적 내실內實을 전혀 달리하는 전형적인 일본적 시민소설인 것이다.
[연세근대한국학총서 L-021] 한국 근대소설의 이념과 윤리
차원현 저 | 소명출판
- 제4부 《1930년대 중ㆍ후반기의 전통론》중에서민족이라는 개념은 그 속에 매우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응축하여 가지고 있다. 이는 통상적으로 우리가 민족이라 말할 때 그것이 뜻하는 바가 혈통과 언어,문화,역사의 동일성 혹은 특정화된 생활 세계의 공유 등으로 정의될 수 있는 사전적 의미의 사실들을 훨씬 뛰어넘어 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민족이라는 개념에는 우리 민족이 겪어 온 역사적 삶의 다종다기한 궤적과 스스로를 고양시키고자 했던 집단적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매우 밀도 높은 상태로 압축되어 있다. 비유컨대 그것은 웅숭깊은 우물과도 같은 것이어서 민족 단위의 삶에 문제가 발생하고 민족사가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무엇인가 상황을 타개해 줄 새로운 가치들에 대한 기대가 나타날 때면 항상 기댈 수밖에 없고, 또 가장 유력하게 참조할 만한 의미와 가치, 체험들의 저장고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그러므로 상황을 빌미로 삼아 민족이라는 개념을 부정하고 폐기하려 하거나 그것이 갖는 고유한 힘을 폄하하여 의식의 바닥 속에 봉합해 묻어두려는 이론적 실천적 기획들은 항용 실패할 수밖에 없다. 민족 개념이 갖는 특유의 응집력을 과신한 나머지 그것만을 절대화하려는 국수적 태도도 문제이지만, 현실 속에서 의미 있는 하나의 현상으로서 엄연히 존재하는 집단적 현상을 마치 광기나 환상으로만 치부하여 부정하는 것 역시 문제를 정확하게 보지 못하는 지적 태만에 지나지 않는다.통상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집단적인 인간 현상은 특정한 기간 동안 동일한 권역 내부에 존재하는 인간들의 생존방식의 결과물이므로 당연히 시간 개념, 더 나아가서는 역사 개념이 그 속에 내포되어 있다. 문화 자체가 경험의 집적인 만큼 그 속에는 개개의 구성원들이 체험한 다양한 세계들이 투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든 특정한 목적론적 발상에 의해 이러한 체험의 질과 양을 제한하여 규정짓는 행위는 사태를 오독하고 문화의 다이내믹한 논리 자체를 억압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집단적인 민족 정체성의 확보 문제 역시 어떤 제한된 관점하에 조직되어서는 안 되며, 구성적인 문화 체험과 다양한 가치관들의 구체적인 맥락이 풍부하게 해석될 수 있는 틀 속에서 창발적으로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내부의 국경을 긋는 것은 외부의 배제로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주체화의 몸짓은 타자를 억압하고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균열을 덮어 가리는 이데올로기 담론으로 변질되곤 한다.전통과 그 속에서 관찰되는 집단적인 자기 확인에의 열망은 이념적 동원의 매체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행위의 지평으로써 상대화될 수 있을 때만 창조적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현대문학] 모더니즘의 심연을 건너는 시적 여정
이기성 저 | 소명출판
- 저자의 '책머리에
' 중에서일찍이 김수영이 예의 그 냉소와 열광이 어우러진 목소리로 현대문학사의 숨은 순교자들을 호명했을 때, 그는 덤핑출판사의 이십 원짜리 원고를 번역해야 하는 자신의 불우를 슬퍼했을 것이다. 그러나 선배 문인들처럼 사재를 털어 문학에 헌신하지도 못하고, 거지짓을 하면서까지 시쓰기에 골몰하지도 못했던 그는 그 부끄러움의 고백을 통해 선배들의 소명과 헌신이 일구어낸 ‘광휘에 찬 신현대문학사’를 발견하였다. 자신의 비굴과 누추한 삶을 고백함으로써 우리 문학사의 곤궁함을 자신의 운명으로 겪어낸 것이리라.이 책에서 나는 현대사의 굴곡 속에 시적 언어를 새겨 넣었던 선배 시인들의 궤적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그것은 불우와 환멸의 시간으로 점철된 우리 문학사의 흔적을 따라가서 마침내 그 광휘의 지점에 닿고자 하는 욕망에서 촉발된 작업이었다. 박인환과 김수영?김춘수 등 서로 다른 언어적 호흡과 색채를 지닌 시인들이 함께 묶여질 수 있었던 것은 근대의 시간을 관통해가고자 했던 이들의 시적 운명의 공통성 때문일 터이다. 이들의 시쓰기는 서구의 문명사적 포획 앞에서 비서구 시인들이 감당해야 할 피로와 고투 그리고 고독한 운명의 도정이었다. 그리하여 이 시인들이 살다간 궤적은 그 자체로 숨 쉬는 하나의 거대한 텍스트였으며, 그 호흡의 가파름 앞에서 나는 늘 아득하였다. 나의 작업은 ‘방탕’과 ‘낭비’로 타오르는 텍스트의 언저리를 배회한 기록일 뿐 그들의 근본적인 열정을 관통하지 못하였음을 깨닫는다.이 책의 1부는 근대성의 자장 내에서 시간의식과 시쓰기의 실천이 갖는 의미를 탐색한 글이며, 2부는 김수영의 시를 중심으로 하여 박인환과 신동엽의 시를 각각 비교 검토한 글들이다.
[연세근대한국학총서 L-017] 완판 영웅소설의 대중성
임성래 저 | 소명출판
- '책머리에
' 중에서조선 후기에 등장한 방각본 소설은 소설의 상품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동안 필자는 이 문제를 지적한 글을 몇 차례 발표한 바 있다.이 책도 그와 같은 견해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그 대상 범위를 완판 영웅소설에 한정하여 논의를 폈다. 완판 영웅소설은 방각본 소설 가운데 상품성이 가장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글에서 다룬 6편의 작품 가운데 3권으로 간행된 『조웅전』은 조선 후기에 가장 인기가 높았던 작품이었다. 그 밖의 『유충열전』과 『이대봉전』,『장경전』은 2권으로 간행되었는데, 『유충열전』은 수많은 이본이 현전하는 것으로 보아 『조웅전』못지않게 인기가 있었던 작품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용문전』은 『소대성전』의 인기에 편승하여 등장한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두 작품의 내용이 특별한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용문전』은 『소대성전』 의 하권으로 편성되어 있는 것이 그 점을 증명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이 글에서 다룬 여섯 작품은 그 인기 때문에 상품화를 위해 방각본으로 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그렇다면 완판 영웅소설은 어떤 점 때문에 이런 인기를 누린 것일까? 이 글은 이런 소박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하여 시작되었다. 필자는 완판 영웅소설의 인기를 끈 요인을 완판 영웅소설의 구조적 특징, 특히 주인공이 겪는 가족과의 이산의 고통과 재회의 기쁨을 누리는 구조적 특징에서 찾으려고 하였다. 그 외에 이산과 재회라는 거시 구조안에 다양한 요소들을 배열하고, 여러 기법들을 활용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끌려고 했기 때문에 완판 영웅소설이 인기를 얻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방각본 업자는 완판 영웅소설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그 나름대로 모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 필자는 방각본 업자들이 모색한 그 방안들을 찾아보고, 그것이 지닌 성과와 문제점도 아울러 살펴보려고 하였다. 여기서 미처 살피지 못한 문제들은 앞으로 시간을 갖고 지속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연세근대한국학총서 L-030] 횡단과 경계 : 근대문학 연구와 비평의 대화
권성우 저 | 소명출판
비평계의 성찰적 논객 권성우 교수의 두 번째 연구서이자, 여섯 번째 저서에 해당되는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먼저 「근대문학 연구와 비평의 대화」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 이 시대 문학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식민지시대의 문인을 통해 드러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이 책의 1부 「임화의 저항과 현재성」에서, 저자는 1940년을 전후한 시기에 발표된 임화의 산문과 비평, 문화담론이 지닌 현재적 의미에 대해 각별하게 주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1940년을 전후한 시기에 임화가 발표한 비평과 산문에는 지금 이 시대 문학의 중요한 쟁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가령, 역사성과 정론성을 상실한 당대 문단에 대한 예리한 성찰, 작품에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밀착한 해설 비평에 대한 비판, 공론성을 상실한 제도화된 비평의 문제, 미디어에 종속된 문학과 비평의 위상, 문화적 획일주의에 대한 저항, 논쟁이 사라진 시대에 대한 문제제기, 당대 문단의 제도적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성찰 등등은 임화가 비평적으로 고투했던 1930년대 중반부터 1940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대뿐만 아니라 바로 이 시대 비평의 핵심적인 논점이자 의제이기도 하다. 당시 임화의 발언들은 일본의 가라타니 고진이나 베네딕트 앤더슨, 김명인, 권성우, 이명원 등의 지금 이 시대의 사상가 및 비평가들의 몇몇 발언과 정확히 겹쳐진다. 이처럼 임화의 비평담론은 지금 이 시대 비평의 풍경을 되비추는 거울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라면 비평장르를 둘러싼 의제도 반복되는 것이리라. 특히 인상적인 점은 임화가 당시의 신문과 잡지가 지닌 권력적 속성을 ‘선택과 배제’의 역할을 통해 설명하는 대목이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로 이 책은 시, 소설 등의 기본 장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학문적 습속과 제도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시, 소설 등의 중심 장르를 대상으로 한 학술적 관행이나 비평적 습속은 여전히 완고하다. 이 책의 제목을 『횡단과 경계』로 한 것은 이 같은 장르적 규범에서 탈피했을 때, 새로운 학문적 시선을 확보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과 연관된다. 이 책에 수록된 이태준의 기행문이나 수필, 김남천의 산문(에세이), 임화의 문화담론과 산문에 대한 연구는 바로 이러한 학문적 아젠다의 발로이다. 말하자면, 한 문인이나 비평가의 은폐된 무의식이나 욕망까지 섬세하게 탐구하기 위해서는 그의 수필, 기행문, 산문, 일기 등의 변두리 장르에까지 연구 대상을 폭넓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새로운 시선을 통해, 당시 퇴폐주의를 옹호하는 임화와 허무주의에 얼마간 경도된 김남천의 복잡한 내면을 목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식민지 시대 진보적 지식인에게 드리워진 다양한 균열의 지점을 정직하게 응시하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근대문학] 근대문학을 향한 열망, 이태준
안미영 저 | 소명출판
이 책은 이태준의 동화, 소설, 문학독본 분석을 통해 이태준 문학의 기원을 탐색하고 그 성과를 밝혀낸 것입니다. 저자는 ‘문학의 기원과 전통의 심층’, ‘언어 민족주의자’, ‘소설 수사학’ 세 가지 주제로 이태준 문학의 전모를 소개하고 있으며 이태준 문학의 기원으로 아동 서사물을 주목하고, 형식의 진화와 모성(母性)에서 확장된 자연(自然)의 의미를 탐색합니다. 이태준 소설에서 ‘유곽’과 ‘고려’라는 코드는 당대 전통 문제의 표층과 심층을 시사한다. 전자는 전통의 사멸을, 후자는 그가 지향하는 전통이 조선적인 것이 아니라 고려로 전유되는 인간의 자유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1부에서는 이태준 문학의 기원과 그가 지향하는 전통의 심층을 탐색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이태준 소설에 나타난 언어 민족주의를, 3부에서는 이태준이 거두어들인 소설수사학의 공과를 다루고 있습니다.이태준은 본격 소설에 앞서 아동 서사물을 창작합니다. 그는 인물간의 갈등에 주목하고 독자 일반을 염두에 두고 있으므로, 일련의 아동 서사물을 동화가 아니라 ‘소설’로 명명합니다. 그는 초반기 아동 서사물에 비해 후반기 아동 서사물에서 형식의 진보는 물론 주제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초반기에는 결핍된 모성에 고착되어 있다면, 후반기에 이르면 생명을 살리는 이 땅의 모성적 기능으로 시야가 확산됩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이후 본격 소설에 이르러 더욱 심화됩니다.이태준은 언어 민족주의자입니다. 이태준 소설에서 ‘고향’은 식민지에 대한 저항 담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의 소설에서 고향은 물리적인 고향 산천이라는 의미 외, 과거 유구한 문화적 전통까지 함의하는 민족어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식민치하 이태준은 고향을 통해 부재하는 국가와 민족을 호명하며, 소설에서 언어 민족주의를 구현해 내고 있습니다. 표준어에 대한 각별함은 언어 민족주의자로서 식민지에 대한 저항을 보여주고 있지만, 식민지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표준어 사용자와 방언 사용자간의 재서열화는 간과하고 맙니다.해방이후 이태준은 문학 언어에 주목하기보다 건국의 방편으로 국어의식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태준의 각별한 국어의식은 일제말기 친일행적에 대한 면죄부가 되었을 뿐 아니라, 해방이후 문학 활동의 구심점이 됩니다. 월북이후 이태준은 자신의 각별한 국어의식과 당의 문맹퇴치 정책이 조화를 이룬 수작을 발표합니다. 이처럼 이태준의 언어 민족주의적 면모는 해방이후 북한의 정책과 접점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월북이후 발표한 작품 간에는 ‘민족’과 ‘인민’에 대한 인식의 균열을 보이고 있습니다.이태준의 소설은 근대소설 수사학의 최정점에 도달해 있습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소설 창작 방법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구성과 내용을 면밀히 살폈을 때, 이태준의 『문장강화』는 작문 교본이 아니라 소설 창작의 교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문장강화』에서 이태준은 개인의 문체 정립을 강조하고, 소설에 있어서 담화를 통한 인물의 성격 창조, 표준어와 방언을 통한 화자와 인물의 언어 구분, 신어(新語)를 통한 현실적 주제의 구현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근대문학] 근대의 세 번역가 : 서재필·최남선·김억
김욱동 저 | 소명출판
『근대의 세 번역가』는 한국 근대 문학을 본궤도에 올려놓는 데 가장 공헌한 세 번역가를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여기에서 세 번역가란 20세기 초엽 한국 번역사에서 굵직한 획을 그은 송재(松齋) 서재필(徐載弼),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 그리고 안서(岸曙) 김억(金億)을 말한다.‘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서재필은 독립신문 등을 통하여 번역이 서구식 근대화를 이룩하는 지름길이라고 역설하여 관심을 끌었다. 그는 문화개화를 부르짖는 과정에서 번역의 중요성을 역설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또한 서재필은 비록 단편적이나마 직역을 피하고 의역할 것을 주창하는 등 나름대로 번역 이론의 전개하기도 하였다. 최남선은 신문화 운동의 일환으로 비록 중역의 형식을 빌려서나마 외국 문학 작품을 한글로 번역하는 데 온힘을 쏟았다. 그는 『少年』과 『靑春』을 비롯한 월간 종합잡지를 창간하여 서구 문학 작품을 집중적으로 번역하여 소개하였다. 최남선 이전에는 현채(玄采)나 신채호(申采浩) 등이 서양 역사서나 독립투쟁사, 구국영웅담 등 역사물이나 전기물을 주로 번역하여 소개하였다. 그러나 최남선은 서양 문학을 집중적으로 번역하여 널리 소개한 장본인으로 신문화 운동에 크게 기여하였다.한국에서 번역은 김억에 이르러 중역(重譯)의 젖을 떼고 비로소 원문 텍스트에서 직접 번역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그는 프랑스 상징주의 시와 러시아의 시, 그리고 영국 시를 집중적으로 번역하여 널리 소개하였다. 김억이 출간한 『오뇌의 무도』(1921)는 한국 최초의 외국 번역 시집으로 평가받는다. 다시 말해서 한국에서 번역은 김억에서부터 이유식(離乳食)을 시작하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김억의 번역시가 한국 근대시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밝혀내는 데 주력한다. 『근대의 세 번역가』는 삽화나 사진을 많이 실어 ‘읽는’ 책 못지않게 ‘보는’ 책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였으며, 근대 계몽기 번역 이입 과정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국경이 모두 허물어진 채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다국적 시대, 또 문화가 상품이 되어 자유롭게 유통되는 지구촌 시대, 번역의 중요성과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저서이다.
[근대문학] 김수영과 신동엽 : 1950~60년대 한국 현대시의 현실지향성
이승규 저 | 소명출판
- 저자의 '책머리에
' 중에서한 시인을 일방적으로 동조하고 때로 숭배하던 시기를 지나, 언젠가부터 작품을 냉철하게 다루어야 할 계기에 다다라 이리저리 시를 절단하고 시 아닌 것을 시에 끼워맞추며 지내다 보니, 무분별한 향유와 가식 없는 열정의 시간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시를 연구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 일이 왜 이어져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큰 정신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차가운 눈과 뜨거운 가슴이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 들어갈 수 있는 데까지 심연을 더듬어 시의 본질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겁나는 사실 앞에서, 냉엄한 이성뿐만 아니라 잊고 있던 처음의 열정을 수없이 되살려야 했다.문학이란 것을 막 시작했을 때, 나는 김수영과 신동엽의 시를 만났다. 내가 알던 서구의 시인들과 한국 현대시인들이 더없이 달콤하거나 슬픈 향기로 나의 기운을 북돋았다면, 두 시인은 전에 내가 살뜰하게 지녀오던 꿈이 달의 밝은 한 표면이거나 지상의 지뢰밭 위로 황홀하게 피어난 수선화 군락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하여 시의 리듬이나 상징만큼 사회나 역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고, 나누어진 두 영역이 사실은 시 속에서 한 몸으로 융합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인의 드높은 정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그 정신의 실체와 그것이 던져주는 울림을 헤아려 가다 보니 지금 여기 서 있다. 물론 내가 찾아낸 것은 거의 아무 것도 없고 내게는 끝없는 갈증만 더할 뿐이라는 사실도 말해야겠다. 어디까지나 나는 시를 둘러싸고 있는 더깨를 걷어내고 오로지 시인의 목소리를 따르려 했고, 그들의 시가 서로 간섭하는 자장의 양상을 관찰하면서 시의 결을 면밀히 쫓아 그 의미를 드러내는 데 주력하였다. ‘시를 논할 때에는 시를 쓰듯이 해야 한다’는 말을 논외로 하더라도 가급적 시인의 입장에서 시가 숨을 틔우는 순간을 상상해나간 것뿐이다. 결국 내가 일하기보다는 단지 시가 시로 말미암아 행해진 것이므로, 이 책은 김수영과 신동엽이 걸어간 길을 순례하는 연구자이자 숭배자로서의 단순한 기록에 해당할 지도 모르겠다.
[근대문학] 1960년대 현실주의 문학비평과 매체의 비평전략
하상일 저 | 소명출판
1960년대 비판적 지식인잡지였던 '한양', '청맥', '창비', '상황'에 수록된 문학비평을 연구대상으로 하여 1960년대 비평담론의 현실주의적 성격을 살펴본 책이다1960년대 문학비평의 전개는 '한양', '산문시대', '비평작업', '청맥', '사계', '창작과비평', '상황', '68문학' 등 4월혁명 이후 새롭게 창간된 매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특히 1966년 백낙청이 창간한 '창작과비평'(창비)과 1970년 김현, 김치수, 김병익 등이 '68문학'을 계승하여 창간한 '문학과지성'은, 전후 비평가들과의 세대론적 인정투쟁을 통해 1970년대 이후 한국문단을 양분하는 대표적인 문학에콜로서의 위상을 획득하였다. 따라서 이 두 에콜의 동인으로 참여한 1960년대 비평가들은 자의든 타의든 한국문학의 중심에 있었고, 이로 인해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후반에 이르는 소수의 문학담론들은 대부분 이 두 에콜의 문학담론 속으로 편입되어 버리거나 이들의 전횡에 의해 아예 배제되어 버림으로써 비평사의 단절을 초래하고 말았다.이러한 비평사의 단절과 획일화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앞으로 전개될 우리의 비평사 연구의 방향은 무엇보다도 1950년대―1960년대―1970년대로 이어지는 한국문학사의 연속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중반에 이르는 다양한 문학적 담론 경향과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의 문학적 담론의 동질성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특히 1966년 '창작과비평'의 창간으로부터 문학과 현실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고 주장함으로써, 이를 기점으로 현실주의 문학비평의 계보를 세우려 했던 그 동안의 비평사 연구의 관행도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창작과비평' 창간 이전부터 4월혁명의 정신을 계승한 현실주의 문학비평이 아주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그 실적물들이 '한양'(1962)과 '청맥'(1964) 등의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지식인잡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창작과비평' 이후에도 '상황'(1969) 등의 매체를 통해 문학과 현실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었다는 점에서, 1960년대 현실주의 문학비평을 '창작과비평' 중심의 비평담론으로만 보려는 시각은 편협한 관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4월혁명 이후 창간된 새로운 매체에 대한 실증적 검토와 이를 통해 발표된 문학비평, 그리고 매체를 주도했던 비평가들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않고서는 1960년대 현실주의 문학비평의 전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이 책은 이와 같은 비평사의 관행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비평사의 단절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양', '청맥', '상황'을 '창비'의 비평담론과 함께 살펴봄으로써, 4월혁명 이후 전개된 1960년대 현실주의 문학비평의 성격과 문학사적 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한 것이다.특히 '한양', '청맥', '상황'의 경우, 통일혁명당 사건, 문인간첩단 사건 등 1960~70년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역사적 사건에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됨으로써 강제 폐간되거나 국내로의 유입이 사실상 금지되어 버렸다. 이러한 정치ㆍ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그 동안 이들 매체에 대한 독립적인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매체에 수록된 한두 편의 평문을 인용하면서 1960년대 참여문학론의 전체적 지형을 논의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을 따름이었다. 그런데 최근 모든 장르에 걸쳐 1960년대 문학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짐에 따라 이들 매체에 발표된 문학비평도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 책은 이러한 매체에 발표된 비평문을 대상으로 한 첫 연구서로서 의미가 있다.'한양', '청맥', '창비', '상황' 등을 당대의 사회ㆍ역사적 상황과의 관련 속에서 논의하였다.특히 지금까지 전개된 1960년대 비평사 연구와는 달리 매체 중심의 담론 연구를 시도함으로써, 당대의 비평적 쟁점과 비평가의 이데올로기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외적 조건으로서의 매체의 성격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1960년대 문학비평을 이데올로기적 측면, 세대론적 측면, 문학사적 측면, 그리고 문단사적 측면으로 사실상 구분하여 논의해 온 그 동안의 연구방법론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다양하고 세분화된 관점이 공유하고 있는 1960년대 문학비평의 공통분모를 도출함으로써 새로운 연구방향을 모색한 것이다.
[근대문학] 낭만적 망명 : 권성우 비평집
권성우 저 | 소명출판
『낭만적 망명』은 지독하고 거침없는 책읽기를 유일한 즐거움이라고 말하는 논쟁적 비평가 권성우의 신작 비평집이다. 책의 제목 ‘낭만적 망명’은 E.H.카의 '낭만적 망명자(The Romantic Exiles)'에서 따온 것으로 저자에 따르면 현실의 모순에 눈뜨고 지배이데올로기의 ‘흐름에 거슬러’ 새로운 이상과 대안을 찾아나서는 여정이 낭만적 망명자들의 문제의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처없는 혼돈이 내재한 듯한 이 시대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낭만적 망명자들을 요청한다.이 비평집은 몇 가지 중요한 문제의식을 담보하고 있다. 첫 번째로 이 책은 시.소설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비평에서 탈피하여, 에세이, 사회비평, 기행문 등의 변두리 장르에 대한 구체적인 탐색으로 비평이 확장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낭만적 망명』에서 김현, 서경식, 박노자, 고종석 등의 기행문과 에세이, 사회비평이 다루어진 것은 바로 이러한 비평적 문제의식의 소산이다. 이들의 에세이는 이 시대 어떤 문학작품 못지않은 미학적 품격과 현실에 대한 통찰력, 진지한 자기 성찰의 풍경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와 연관하여 이제 우리시대의 비평은 전통적인 문학 범주 외부로 시선을 확장해야 한다는 시각이 책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다. 전통적인 맥락으로 보면 문인의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 서경식과 박노자의 글에 대한 분석이 수록된 것도 저자의 이러한 문제의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두 번째로 이 책은 “서평가나 문학사가와는 달리, 비평가는 걸작에만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비평의 일차적 역할은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을 구별하는 일이 아니라, 좋은 작품과 최고의 작품을 판별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던 조지 스타이너의 견해에 따라 이 시대의 가장 문제적인 작품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진정한 비평은 정신과 정신과의 만남이며 영혼과 영혼과의 만남이다. 실제로 특정의 이념이나 계보를 떠나 『낭만적 망명』에서 다루어진 임화, 에드워드 사이드, 가라타니 고진, 허만하, 최인훈, 김현, 도정일, 김원일, 최인호, 황석영, 이문열, 김원우, 김훈, 최윤, 서경식, 정찬, 고종석, 박노자, 김애란 등의 소설가, 비평가, 에세이스트들은 각기 다양한 세계관과 미학을 통해 당대의 가장 문제적이며 수준 높은 글쓰기를 진행해온 바 있다. 이들에 대한 비평을 통해, 우리 시대 문학의 가장 문제적이며 빛나는 작가와 작품, 첨예한 논쟁적 관심사에 대해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세 번째로 『낭만적 망명』에 수록된 비평문 중에서 책 뒤의 ‘해설’로 발표된 글들이 한 편도 없다는 점, 또한 이 책에 수록된 글들 중에 반 이상은 청탁에 의해서가 아니라 저자가 스스로 기획하여 쓴 글로 처음 발표되는 비평이라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이른바 문단권력과의 논쟁적 대화 이후에 발표 지면을 얻기 힘들었다고 잔잔하게 고백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점은 저자로 하여금 청탁과 해설 제도로부터 독립적인 비평가로 다시 서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런 의미에서 『낭만적 망명』은 문단제도에서 일정한 거리를 둔 독립적이며 주체적인 비평가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소중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네 번째로 저자는 작품을 치밀하게 분석하면서도, 그 작품에 대한 예리하면서도 애정 어린 비판을 동시에 시도하고 있다. 이 점은 지나치게 작품(텍스트)에 밀착된 이 시대 평단의 상황에서 보았을 때, 드물게 소중한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역설적인 의미에서 『낭만적 망명』에서 시도된 이 시대 작가와 문단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조언, 예리한 분석이야말로 이 시대 문학에 대한 진정한 애정과 존중이 배어 있는 것이다.비평가 최강민은 “권성우는 실제의 삶과 글이 일치하는 매우 드물게 매력적인, 동시대의 평론가이다. 권성우처럼 개인적인 서간문 형식에 평론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긴장감 있는 글쓰기를 자유롭게 전개할 수 있는 평론가는 흔치 않다. 이 외에도 감성과 이성이 조화된 유려한 문체, 섬세한 텍스트 읽기, 균형감 있는 비평적 안목, 시대의 환부를 읽는 날카로운 비판적 문제의식 등은 권성우 비평의 매력적 요소들이다”라고 권성우의 비평이 지닌 특징과 매력에 대해 서술한 바 있는데, 『낭만적 망명』은 바로 그러한 지적에 가장 적확하게 부합되는 비평집이라고 하겠다.
[근대문학] 근대문학의 장과 시인의 선택
김진희 저 | 소명출판
본 연구서는 식민지 시대 문화를 보다 중층적이고 복잡한 체계로 파악하면서 그 안에 놓인 작가의 선택 역시 주체적이고 실천적인 것임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기획되었다. 이를 위해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가 ‘예술의 규칙-문학 장의 기원과 구조’에서 제안했던 ‘문학의 장(場)’이라는 개념을 원용하여 연구 주제의 큰 틀을 삼았다. 부르디외의 이론은 문학작품이 생산되고 수용되는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사회, 문화의 공간을 상정함으로써, 문화와 문학 간 고려해야 할 다양한 지층과 관계들이 있음을 강조한다. 또 이런 상황 속에서 작가의 창조적 전략과 작품의 개별성이 발휘됨으로써 창조적 선택을 하는 주체로서 작가의 실천성을 부각시킨다. 주지하다시피 1910년대 이후 한국 근대시문학의 발전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관계 속에서 지속되어 왔다. 전통적 장르와 미의식의 존속, 서구 예술사조의 유입, 식민지화와 근대화, 제국문화의 권력과 민족문화의 추구, 현대 예술에 대한 인식 변화, 전문작가의 대거 등장, 대중문화와 매체의 발전 등 작가가 놓인 사회, 문화적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각각의 상황은 서로 얽혀 있는 그물망처럼 펼쳐져 있고 작가는 그 어느 한 지점 위에 위치해 있다. 이 연구서는 근대문학의 장(場)이라 불리는 이런 지점에서 고민했던 근대작가들의 주체적 실천에 주목하고 있다. 1부는 김억, 김기림, 김광균, 윤동주 연구를 통해 근대문학의 장을 의식하면서 작가가 창조한 독자적 미학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김억과 김광균에 관한 연구는 그간 외국문학이론과의 관련 속에서 결여태로 평가받아 온 작품이 오히려 당대 문학 장과의 역동적인 관련 속에서 모색된 작가의 실천적 선택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2부는 사회, 문화적 전환기에 대응하는 서정시의 변화를 임화의 단편서사시와 후기 시, 김기림의 전체시론, 해방문단의 청록파와 생명파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 단편서사시 양식이나 전체시론은 식민지 시대 역사와 현실에 대응하는 작가들의 창작방법론의 탐구를 보여주며, 청록파와 생명파의 작품은 당대 문단의 이데올로기와 작가적 선택의 향방을 제시해주고 있다.3부는 식민지 근대문화의 타자였던 여성 혹은 여성성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는 근대문학의 장에 작동하는 젠더 권력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근대화의 이면에 타자로 존재했던 여성, 근대문화 발전에서 격하되어 배제되어버린 여성성의 가치가 제국의 권력에 어떤 균열을 낼 수 있었는지 또는 식민지의 문화에 어떤 생산적인 힘이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근대문학] 김유정 문학의 재조명
곽효환 외 저 | 소명출판
김유정 소설에 나타난 부부의 생존 방식은 한국의 전통적 가부장제의 건재로 읽히기도 하고, 그것의 해체로 읽히기도 한다. 김유정 소설에 묘사되어 있는 토속성 짙고 궁핍한 강원도의 농촌은 우리 민족의 원초적 고향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황폐한 식민지 현실로 해석되기도 한다. 김유정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자주 사용되는 반전의 기법에 대해서는 이를 한국의 전통적인 설화 구성법의 원용으로 보기도 하고, 서구의 탐정소설 구성법의 원용으로 보기도 한다. 김유정 소설의 구연체(口演體) 언어에 대해서는 이를 설화 구연의 현장 상황 혹은 판소리 공연의 현장 상황의 재현으로 판단하기도 하고, 현실세계를 생생하게 반영하는 서양의 사실주의 기법의 도입으로 판단하기도 하고, 언어 자체의 미감을 즐기는 모더니즘의 기법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김유정 소설에서 어떤 이는 우리 민족 고유의 향토성을 읽어내고, 어떤 이는 인류적 보편성을 읽어낸다. 김유정 소설의 정서의 본질에 대해서는 그것을 한국적 해학으로 보는 이도 있고, 한국 특유의 비장미로 보는 이도 있다. 김유정의 총체적 평가에 대해서는 한국의 전통적인 해학정신을 잘 계승한 작가, 식민지 현실의 구조적 모순을 고발한 참여문학 작가, 이념을 상실한 모더니즘 작가 등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김유정 소설에 대해서 이처럼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내려지는 것은 그 구조가 그만큼 탄탄하기 때문이다. 구조가 탄탄한 작품은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사고의 깊이를 더해준다. 구조가 탄탄한 작품은 시대에 따라 계속 새롭게 해석되면서 시대를 넘나들며 읽힌다. 고전이 되는 것이다. 이 책에 실은 글들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즉 제1회부터 제5회까지의 '김유정문학제' 학술회의에서의 발표와 토론을 통해 완성과 숙성의 과정을 거친 글들이다. 이 책에 부록으로 실린 두 편의 창작 판소리 사설은 2008년의 '김유정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서 만든 것이다.
[연세근대한국학총서 L-034] 한국 근대소설의 형성과 「매일신보」
이희정 저 | 소명출판
- 저자의 《책머리에
》 중에서신문을 본다는 것은 그네들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나가는 것이다. 그네들의 삶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매체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매일신보』는 조선총독부 기관지라는 오명 탓에 연구자들의 손길이 별로 미치지 않아 혼자서 마구마구 헤매다녔다. 길을 잃어버려 되돌아 오기도 했고, 또 쭉쭉 뻗은 길을 만나 신나게 내달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해조 신소설과 이인직의 마지막 신소설 「모란봉」도 만났고, 심순애의 유명한 다이아반지도 만났고, 『무정』의 형식과 선영ㆍ영채와도 만났다. 조금 더 나아가니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주인공 ‘춘희’를 만날 수 있었고,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도 만나게 되었다. 솔직히 이렇게 많은 이들을 만날 줄 정말 몰랐다..1910년대는 정말로 팍팍했던 시대였다. 이 시대를 제대로 규명할 수 있는 국문신문이 조선총독부의 기관지인 『매일신보』 외엔 거의 전무하니 말이다. 이보다 더한 언론장악이 없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이 신문에 실리는 소설작품 역시 그 제도적 규율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이해조의 신소설이 더 이상 당대의 독자들을 불러들일 힘이 없다는 것을 안 『매일신보』 편집부는 정책적으로 조중환의 번안소설을 끌어들였고, 그 번안소설의 성공은 결국 이광수의 『무정』이 성공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무정』의 주인공 형식은 당시 『매일신보』가 원하던 식민지 조선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지식청년이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 조선을 이끌어나갈 지식청년들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들을 독자로 유입하고자 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그렇다. 우리의 근대문학은 이처럼 신문을 비롯한 근대적 매체와 함께 시작되었고, 변화ㆍ발전하였다. 매체의 성격이 텍스트에 직ㆍ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고, 매체 담당자의 인식 변화에 따라 서사물의 성격이 바뀌었던 것이다. 근대계몽기의 여러 신문의 서사물이 그러했듯이, 강점 이후의 『매일신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근대문학] 다른 목소리들 : 고봉준 평론집
고봉준 저 | 소명출판
이 책의 제목 ‘다른 목소리’는 “너무 높거나 낮은 주파수, 세상의 가청권 바깥에서 들려오는, 대개의 경우 무의미한 소음이나 불협화음처럼 희미하고 불쾌하게 들렸다가 이내 대기 속으로 흩어지고 마는 목소리들”처럼 세상의 바깥에서 발화되는 음성이라는 의미이다.이 책은 총3부로 구성되었는데, 총론격인 1부에는 이론적인 성격의 글들이 실렸다. 타자, 마이너리티, 디아스포라 문제를 민족문학이라는 근대적 시선으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이론적 노력에서부터 ‘근대문학의 종언’이라는 가라타니 고진의 주장에 대한 메타비평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년 동안 비평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논의들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흔적이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2부는 우리 시대의 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인론과 작품론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3부는 ‘미래파 논쟁’을 전후한 시기에 발표된 주제론으로 채워져 있다.1부에 실린 몇 편의 비평은 고봉준의 비평이 놓인 위치를 실감하게 한다. '연대는 어떻게 가능한가'는 한국문학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두 개의 아시아 담론을 비판적으로 조망하면서, 이주노동자의 등장이라는 상황의 변화가 타자와의 연대에 어떤 변화를 끼치고 있는가를 이론적으로 살핀 글이다. ‘창작과비평’과 ‘한국문학작가회의’로 대변되는 그 두 흐름 사이에서 저자는 타자의 문제를 ‘인권’의 확장으로 사유해서는 안 된다는 것, 나아가 연대는 언제나 양자의 정체성을 허물고 재구성하는 것이어야 함을 주장한다. '추방과 탈주'는 구성으로서의 연대라는 관점을 더욱 밀고나가 ‘타자’와 ‘윤리’라는 개념으로 동시대의 사상들을 사유하고 있으며, '2000년대 한국소설의 내면풍경과 상상력의 좌표'는 2000년대 문학의 지형 변화라는 시각에서 타자성이 문학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살폈다. 1부의 총론을 제하면 이 평론집의 대부분은 작품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라는 문학평론가의 임무에 충실한 현장비평들로 채워져 있다. 지난 몇 년간, 문단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작가와 작품, 때로는 요란한 파열음 대신 조용히 스쳐 지나간 작가와 작품이 이 한 권의 평론집 안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다. 사유를 빙자한 해석만이 난무하는 시대를 거슬러가려는 의지로 충만한 이 책은 동시에 우리 시대 문학의 지형도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길잡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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